세일즈포스, 비영리 전용 AI로 ‘에이전틱 기업’ 본격화…기금조달·봉사자 매칭 자동화

| 김민준 기자

세일즈포스(Salesforce)가 비영리 조직 전용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통해 AI 기반 기업 전환, 이른바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agentic enterprise)’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에이전트포스 논프러핏(Agentforce Nonprofit)’은 자금 조달, 봉사 활동 조정, 후원자 대응 등의 핵심 업무를 자동화하는 맞춤형 AI 에이전트 네 종으로 구성됐다. 세일즈포스는 이를 통해 비영리 단체들의 인력 부족 문제와 행정 업무 과중을 덜어내며, 이들이 본연의 미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구상이다.

비영리 조직을 겨냥한 본 전략은 세일즈포스가 올해 발표했던 ‘노프러핏 트렌드 리포트(Nonprofit Trends Report)’의 분석에서 비롯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비영리 단체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것은 단연 ‘기금 조달’이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예산 삭감과 인력난으로 인해 조직 대부분이 운영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세일즈포스는 거의 모든 비영리 직원이 점심시간까지 반납하며 복수 업무를 떠안고 있다고 보았다. 여기에 사회적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AI 도입을 통한 운영 자동화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새롭게 공개된 AI 에이전트 중 대표적인 도구는 ‘프로스펙트 리서치(Prospect Research)’와 ‘파티시펀트 매니지먼트(Participant Management)’다. 전자는 잠재 후원자 정보를 슬랙(Slack) 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돼, 사전 미팅 준비에 드는 리서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후자는 상담 중 클라이언트 정보를 요약하고, 목표 수립 및 서비스 추천까지 자동화한다. 두 에이전트는 당일 바로 사용 가능한 상태로 출시됐다.

아울러 테스트 단계로 제공되는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봉사자 캘린더 및 인력 매칭(Volunteer Capacity & Coverage)'은 적합한 봉사자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기능을 수행하며, 2026년 봄 베타 출시에 들어설 ‘기부자 응대(Donor Support)’ 기능은 기초적인 기부 문의 사항을 AI가 자체 대응하는 구조다. 이는 현장 인력들이 보다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목적을 담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비영리 부문 부사장인 로리 프리먼(Lori Freeman)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차원을 넘어, AI 도입은 곧 조직 사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라고 강조했다. 세일즈포스는 앞서 지방정부, 생명과학, 데스크리스 산업 등 섹터별로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출시하며, 범용이 아닌 수직화된 접근을 통해 시장을 세분화하고 있다.

이미 여러 기관들이 시범 적용에 나섰다. 기술 교육 비영리단체인 아메리카 온 테크(America on Tech)는 세일즈포스 에이전트를 자체적으로 커스터마이징해 '보조금 보고 자동 생성기'를 개발했다. 연간 50개 이상의 기금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понадоб였던 수일의 수작업이 이제는 1시간 이내로 단축됐다고 이들은 밝혔다. 데이터 시각화, 성과 요약, 보고서 작성이 일련의 명령 프롬프트만으로 자동 수행되는 방식이다.

아메리카 온 테크의 CEO 제시카 산타나(Jessica Santana)는 “기존에는 보고서 작성에 3~4일이 소요됐지만, 이제는 누구든지 AI에게 질문만 하면 수분 내로 모든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며 “우리가 후원자들과 일정을 맞추고 대응하는 속도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세일즈포스가 지난 ‘드림포스 2025(Dreamforce 2025)’ 행사에서 제시한 에이전틱 기업 전환 비전의 일환이다. 단순한 앱 중심 구조에서 탈피해, 인간이 감독하는 AI 중심의 자동 실행형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이 같은 방향성은 AI에 대한 피상적 관심을 넘어, 조직 구조 자체를 자동화를 중심으로 재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