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E, 주니퍼 인수 5개월 만에 AI 네트워킹 대공개…액체 냉각 스위치 첫선

| 김민준 기자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ewlett Packard Enterprise, 이하 HPE)가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자사 연례 행사 '디스커버 바르셀로나 2025'에서 AI 네이티브 네트워킹,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스토리지 전반에 걸친 대규모 신제품과 기술 확장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 6월 완료한 주니퍼 네트웍스 인수 후 단 5개월 만에 이뤄낸 통합 성과가 핵심으로 부각됐다.

이번 발표에서는 HPE 그린레이크(GreenLake)와 모피어스(Morpheus) 플랫폼의 기능 업그레이드는 물론, AI 워크로드에 맞춤화된 신형 스위치 및 라우터가 공개됐다.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킹 통합 아키텍처를 제공하겠다는 HPE의 전략이 실체를 드러낸 셈이다.

AI 네트워킹 분야에서는 브로드컴의 최신 SoC ‘토마호크 6(Tomahawk 6)’을 탑재한 고성능 스위치 QFX5250과, 1.6Tbps 대역폭을 지원하는 에지 라우터 MX301이 공개됐다. 양 제품 모두 AI 클러스터용으로 설계됐으며, 특히 QFX5250은 전 세계 최초의 완전 액체 냉각 기반 울트라 이더넷(UE) 전송 대응 스위치다.

주니퍼의 전 CEO이자 현재 HPE 네트워킹 부문 총괄 부사장 라미 라힘(Rami Rahim)은 "AI 클러스터 확산으로 인해 인피니밴드(InfiniBand)에서 이더넷 기반 연결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HPE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앞으로 고객이 어떤 플랫폼을 쓰든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통합된 네트워킹 운영 모델이 구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인프라 확장 전략 일환으로 HPE는 AMD의 랙스케일 기반 AI 설계 ‘헬리오스(Helios)’를 지원하는 업계 최초의 스케일업 이더넷 스위치도 개발 중이다. 이는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의 표준을 따르며 GPU 집약형 AI 시스템을 위해 고안되었다.

HPE는 이와 함께 엔비디아(NVDA), AMD 등 주요 GPU 칩 파트너와의 협업 범위도 대폭 확대했다. 엔비디아와는 고속 라우팅 레이어를 포함한 AI팩토리 구축을, AMD와는 오픈 표준 기반 헬리오스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 중이다.

AI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AIOps(인공지능 기반 IT운영) 기능도 강화됐다. HPE는 오프스램프(OpsRamp), 아루바 네트워킹 센트럴, 주니퍼 앱스트라 등 각각의 플랫폼에서 수집된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단일 콘솔을 선보였다. 여기에 외부 AI 에이전트도 접속할 수 있도록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스토리지 부문에서는 AI 데이터 전처리를 위한 전용 노드 ‘알레트라 스토리지 MP X10000’이 공개됐다. 이는 엔비디아 AI 데이터플랫폼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자동 메타데이터 태깅, 임베디드 벡터 생성, 벡터 포맷 지정 등 고속 워크로드 최적화를 위한 기능을 포함한다. 또한 올플래시 기반의 ‘스토어원스 7700’과 하이브리드 모델 ‘스토어원스 5720’도 각각 고성능 백업 수요에 대응하도록 설계돼 발표됐다.

가상화 관리 플랫폼 ‘모피어스’에는 VM 구축에 필요한 고급 기능 이식과 함께, 주니퍼 앱스트라 통합으로 스위치 구성을 자동화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로써 가상머신 간 이동 시 발생할 수 있는 VLAN 오류 및 보안 정책 불일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AI 제품군도 대폭 강화됐다. RTX Pro 6000 GPU 및 멀티 인스턴스 GPU, 엔비디아 추론 마이크로서비스 기반으로 보안이 강화된 에어갭 설치 옵션 등이 포함돼 AI와 HPC(고성능 컴퓨팅) 병행 수요에 최적화된 구성이 완성됐다.

신제품 가격 및 공급 일정도 명확히 제시됐다. MCP 기능은 2026년 초, X10000은 2026년 1월, 스토어원스 제품군은 2026년 봄 출시 예정이다. HPE 파이낸셜 서비스는 AI 네트워킹 제품군을 대상으로 한 무이자 금융 프로그램과 10%에 해당하는 리스 할인 제도를 동시에 제공할 계획이다.

HPE 측은 향후 1년간 주니퍼 인수의 성공 여부를 고객 경험 부작용 없이 사업 통합을 얼마나 매끄럽게 이뤄내는지, 그리고 관련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지로 평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