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CRM)가 AI 분야에서의 전략적 투자를 강화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실적 증가세는 여전히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세일즈포스는 주당순이익(EPS) 기준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으나, 매출은 소폭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어난 20억 9,000만 달러(약 3조 원)를 기록했으며, 전략적 투자에서 발생한 2억 6,300만 달러의 수익이 이익에 보탬이 됐다.
AI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세일즈포스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2%가량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 주가는 여전히 26% 이상 하락한 상태다. 설립 이래 꾸준히 20% 이상 높은 성장을 이어온 '고성장 대표주'였던 세일즈포스는 2023년 이후 성장 모멘텀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 증가율은 8.7%에 그쳤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에 머물고 있다.
시장 내 입지 약화를 의식한 세일즈포스는 자사 핵심 제품인 고객관계관리(CRM) 플랫폼에 AI 기능을 접목시키며 대응에 나섰다. 대표 AI 플랫폼 ‘에이전트포스(Agentforce)’는 기업 고객이 복잡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에이전트 중심의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현재 연간 반복 매출(ARR) 5억 4,000만 달러(약 7,800억 원)를 달성하며 전 분기 대비 1억 달러 이상 성장했지만, 전체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에 못 미쳐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세일즈포스의 AI 전략이 경쟁사 대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밸루어(Valoir)의 분석가 레베카 웨테만은 “세일즈포스는 고객에게 AI를 직접 구축하거나 관리하도록 요구하지 않아 진입 장벽을 낮췄다”며 “사전 테스트를 마친 AI 기능이 CRM에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 큰 이점”이라고 해석했다. 그녀는 또 슬랙(Slack)과 슬랙봇(Slackbot)의 접목이 AI 기능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세일즈포스 CEO는 에이전트포스와 데이터360(Data 360) 플랫폼이 합쳐 14억 달러(약 2조 원)의 ARR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폭발적인 114% 성장률을 이뤄냈다”며 에이전트 기반 기업(Aagentic Enterprise)으로의 전환에서 자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단기 실적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4분기 가이던스에서 세일즈포스는 매출 111억 3,000만~112억 3,000만 달러, 주당순이익 3.02~3.04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컨센서스 대비 일부 평이한 수준이다. 한편, 올해 초 세일즈포스가 80억 달러(약 11조 5,000억 원)에 인수한 데이터 관리 기업 인포매티카(Informatica)가 매출 성장률 중 약 세 포인트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세일즈포스의 ‘에이전트 중심 AI’ 전략은 기업 고객의 실질적 업무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적 전반에 본격적인 반영이 이뤄지려면 더 많은 시장 수용 및 확장 사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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