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 스타트업 하비(Harvey)가 1억 6,000만 달러(약 2,304억 원) 규모의 시리즈 F 투자 유치를 완료하며 기업가치를 80억 달러(약 11조 5,200억 원)로 끌어올렸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털 안드리센 호로위츠가 주도했고, WndrCo와 티로 프라이스(T. Rowe Price) 산하의 자문 계정이 새롭게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인 세쿼이아, 클라이너 퍼킨스, 콘빅션, 엘래드 길도 다시 자금을 투입하며 하비에 힘을 실었다.
하비는 법률 전문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로펌이나 기업의 인하우스 법무팀, 기타 전문 서비스 업체들이 계약서 검토, 실사(due diligence), 규제 준수점검, 소송 지원 업무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생성형 AI 툴을 제공한다. 현재 700곳 이상의 유수한 로펌과 대기업들이 플랫폼을 도입해 7만4,000명 이상의 변호사가 하비의 기술을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비의 고객사에는 앨런 앤드 오브리(Allen & Overy)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하비는 오픈AI(OpenAI)와 협력해 판례법에 특화된 독자적인 AI 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결과, 단순 검색이 아닌 해석 중심의 심층적인 법률 분석이 가능해졌으며, PwC와는 세금 데이터를 결합해 맞춤형 세무 AI 어시스턴트를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하비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윈스턴 와인버그는 “단순한 검색만으로는 실질적인 법률 조언이 불가능하다”며, “판례를 바탕으로 증거를 구성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고, 이를 위해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와 함께 하비는 변호사 간 협업을 위한 신제품인 ‘쉐어드 스페이스(Shared Spaces)’ 플랫폼도 공개했다. 이 공간은 로펌들이 워크플로우와 업무 매뉴얼 등 커스터마이즈된 AI 도구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기업의 법무팀과 외부 로펌 간 협업에서도 민감한 데이터를 노출하지 않으며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료·분석·작업 흐름이 한곳에 통합되며, 모든 사용자 활동은 감사 가능하도록 설계돼 관리 통제가 강화됐다.
하비의 전략 개발 책임자인 릭 리우는 “법률 업무는 철저히 협업에 기반해 이뤄진다”며 “우리가 만든 공간은 이메일과 문서 버전 관리의 혼란에서 벗어나 진정한 파트너십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법률산업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특히 AI 기반 도구의 도입이 급격히 확대되는 가운데, 하비는 ‘법률 시장의 챗GPT’로 불리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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