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플랫폼(Meta)이 메타버스 부문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메타가 주력 기술 전략의 축을 확장현실(XR)에서 증강현실(AR)로 전환하려는 조짐으로 읽힌다. 현재 가상현실 기기 ‘퀘스트(Quest)’ 시리즈를 개발하는 메타버스 부서를 대상으로 최대 30% 수준의 예산 감축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체 인력의 최대 10%에 달하는 감원이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메타버스 사업은 지금까지 메타의 미래 청사진이자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핵심 비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2023년 출시된 ‘퀘스트 3’는 퀄컴의 맞춤형 칩셋 ‘스냅드래곤 XR2 Gen 2’를 기반으로 고해상도 VR 경험을 제공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이 부문의 수익성과 전략적 가치에 대해 재평가에 나섰고, 이는 하드웨어 후속작 개발과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의 지속성마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구조조정 움직임은 메타의 실적 악화와도 밀접히 연결돼 있다. 메타의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가 속한 메타버스 사업 부문은 2024년 한 해 동안 177억 달러(약 25조 4,88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투자은행 TD 카우엔에 따르면 이번 감축은 최대 60억 달러(약 8조 6,4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 전사 운영비용은 2026년 1,541억 달러(약 221조 9,040억 원)로 전년 대비 31% 증가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비용 효율화는 여전히 시급한 과제다.
메타는 메타버스 예산을 줄이는 대신 증강현실 안경과 같은 차세대 제품군으로 자원을 재배분할 방침이다. 메타는 2021년 안경 브랜드 에실로룩소티카와 협력해 AR 안경 시리즈를 선보인 이후, 최근 ‘레이밴 디스플레이(Ray-Ban Display)’ 모델에 AI 어시스턴트를 탑재하면서 기술 진보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GPS 기능을 내재한 이 안경은 실제 도보 길안내 등 정보를 현실공간 위에 바로 띄워주는 기능을 구현했으며, 초기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출시가 예상되는 차세대 AR 기기 ‘오리온(Orion)’에는 더 큰 화면과 AI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탑재될 것으로 보이며, 자원 재배치를 통해 출시 시점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메타는 메타버스 투자에서 한 발 물러서고 AR 중심의 기기 주도형 사용자 경험에 집중함으로써 기술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고 있다.
메타의 전략 수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선 방향 전환이라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실과 가상 연결의 지향점이 완전 몰입형(VR)에서 실시간 정보통합(AR)으로 이동하는 현 추세 속에서, 메타가 선택한 이 같은 조치는 기업의 미래 성장성과 시장 포지셔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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