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일을 할 순 있어도, 나를 대체하진 못해”… AWS CTO의 작별 메시지

| 김민준 기자

아마존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베르너 보겔스(Werner Vogels)가 AWS 리인벤트 2025에서 마지막 기조연설을 통해 개발자 직업의 미래에 대한 뚜렷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향후 기조연설 무대에는 더 많은 ‘다양한 AWS의 목소리’가 서야 한다며, 직접 물러나는 것을 자신의 결정이라고 전했다. 비록 아마존을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매년 리인벤트를 통해 기술 혁신을 소개해온 그의 시간은 이제 마무리를 맞았다.

이번 연설에서 보겔스는 AI 시대의 개발자 역할 변화를 주제로 강단에 섰다. 그는 저코드(Low-code), 노코드(No-code)와 생성형 AI 툴의 확산이 개발자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에 대해 “AI가 내 일을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나를 무용지물로 만들지는 못한다”고 단언했다. 진화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개발자 역시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보겔스는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인물을 ‘르네상스형 개발자(Renaissance Developer)’로 명명했다. 그는 15~16세기 유럽의 르네상스처럼 현재의 기술 진보가 또 다른 혁신 시기로 접어든 것이라 설명하며, 이제 개발자는 단순한 코딩 기술자가 아닌 시스템적 사고와 호기심을 갖춘 문제 해결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과 창의성은 함께 진화하며, 개발자는 스스로 만든 것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코드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며, 인간이 개입하는 리뷰 과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보겔스는 “코드 리뷰를 싫어하는 건 대부분 마찬가지지만, 그것이 바로 인간의 판단력을 복원하는 장치이고 품질을 보장하는 통제 지점”이라고 말했다. AI가 코드 초안을 작성하더라도, 잘못된 입력이 들어가면 그럴듯한 쓰레기가 출력될 수 있다는 경고도 빠지지 않았다.

기조연설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최첨단 발표들과도 연결됐다. AWS는 최근 고성능 맞춤형 칩인 Graviton5을 공개하며, 전작 대비 최대 25% 향상된 연산 성능을 예고했다. 어도비, 에어비앤비, 에픽게임즈, 포뮬러원, 핀터레스트, SAP 등 주요 기업들이 이미 해당 칩 기반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도입한 상태다. 또한 프런티어 AI 모델의 추론과 에이전트형 AI 개발을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들도 소개됐다.

보겔스는 연설 말미, 무대 위에선 잘 보이지 않는 개발자의 진짜 역할을 조명했다. 아마존이 세계 2위 소매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도 개발자의 무명의 노력이 있었음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만드는 대부분은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것이 완성도 있게 작동하는 이유는 개발자 스스로의 전문성과 자부심 덕분”이라고 말했다. 검은 티셔츠에 적힌 “Open mind for a different view And nothing else matters”라는 문장처럼, 그는 다른 관점을 포용하는 개방적 사고의 중요성을 끝까지 역설했다.

그의 퇴장은 단순한 고별이 아니라, 기술의 미래를 향한 전환점이다. 그는 기존 개발자가 단절되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할 창조적 리더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AI와 함께 진화하며, 인간다운 통찰로 기술을 완성할 수 있는 르네상스형 개발자가 바로 그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