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가격 3분기 연속 상승 전망…공급 부족에 협상 지연까지

| 연합뉴스

인공지능 수요가 촉발한 반도체 공급 불균형이 계속되는 가운데, 낸드플래시(NAND flash) 반도체의 4분기 가격 협상이 이례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주요 수요처가 높은 가격을 감수하면서도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따라, 관련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IBK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PC 제조사와 스마트폰 업체, 메모리 모듈 전문 기업 등 주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일부 공급사는 오히려 가격 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견적 제시를 늦추거나 철회하는 방식으로 협상 지연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공식 가격 협상과는 별도로 현물시장의 반도체 가격은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웨이퍼(반도체 원판) 조달 비용이 오른 점인데, 이로 인해 모듈 업체와 반도체 원제조사 간의 가격 간극이 과거보다 커지고 있다. 모듈 업체는 완제품 수요에 대응해 소량 단위로 메모리를 구성하는 기업으로, 이들이 감당하는 구매 비용이 상승하면서 시장에서는 가격 압박이 전방 산업 전체로 전이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한 일부 OEM 기업들이 불확실성 대응 차원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원제조업체에게 더 유리한 협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제한된 물량 공급 조건 속에서 가격 기준이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이듬해 1분기에는 원제조사의 가격결정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낸드반도체 매출은 전분기보다 15% 증가한 약 187억 달러(한화 약 27조 5천억 원)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고, 4분기에도 비슷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공급 상황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공급사들이 기존 공정은 축소하면서 차세대 기술은 아직 양산 초기 단계에 있어, 단기간 내 공급량이 빠르게 확대되긴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평균판매단가(ASP)의 상승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IBK투자증권은 2024년 4분기에는 낸드 평균판매가격이 약 15% 상승하고, 2025년 1분기에는 22%, 2분기에도 추가로 1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단기적 차원의 수급 차질을 넘어, 기술 전환기 속에서 구조적 공급 제약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