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값 폭등에 스마트폰 가격도 덩달아?…애플·삼성도 긴장

| 연합뉴스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스마트폰과 PC 제조사들이 제품 출고가 인상이나 사양 하향 등 비용 절감을 위한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12월 11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6년 1분기 메모리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주요 메모리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이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생산비 부담이 커진 업체들은 제품 사양을 낮추거나 출하 계획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완제품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부품 비용 비중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실제로 수익성이 높은 애플조차도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7 시리즈의 제조원가 중 메모리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이로 인해 애플이 신모델 가격 책정을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간 구형 모델에 적용되던 할인 정책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는 제조사들은 더 큰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제조사들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새 모델의 출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고, 일부는 사양을 낮추는 선택을 하게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품 포트폴리오 구조나 판매 전략을 손질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업체 간 부품 수급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특히 내년 2분기 PC 시장에서 가격 구조 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트북 제조사들도 사양을 축소하거나 신제품 업그레이드 주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예상된다. 고급형 또는 중급형 제품의 경우에도 메모리 용량이 현재의 최소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으며, 저가형 시장은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기본 모델의 사양이 퇴보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예컨대 내년에는 엔트리급 스마트폰 모델이 다시 4GB 램을 기본으로 채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전 세계 경기 둔화와 맞물려 전자제품 시장의 전반적인 구매력 저하, 공급망 변화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가격은 그대로이거나 오르지만, 사양이 낮아지는 제품과 마주할 수 있고, 제조사들은 고사양 모델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