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인해 구글 자회사 웨이모(Waymo)의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도심 주요 지역에서 잇따라 멈춰서는 초유의 혼란이 발생했다. 교통신호등이 모두 꺼지자 웨이모의 차량들이 멈춰버리며 오히려 교통 혼잡을 가중시켰고, 자율주행 기술의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샌프란시스코에 정전이 발생하면서 약 13만 가구의 전력이 끊겼고, 시내 주요 교차로 수백 곳의 신호등도 작동을 멈췄다. 웨이모 로보택시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방향을 잃고 도로 한복판에서 정지해 교통 흐름에 혼란을 더했다. 웨이모는 이날 바로 해당 지역의 로보택시 운영을 중단했으며, “샌프란시스코 전역의 정전 상황 때문에 긴급 중단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라이다(LiDAR), 레이더, 고해상도 지도에 기반해 작동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번처럼 실시간 환경 변화가 지도에 반영되지 않거나 예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차량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한다는 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는 웨이모가 다음 도시로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기술적 불완전성이 시장 확장에 어떤 제동 요소가 될 수 있는지를 입증한 사건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TSLA) CEO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테슬라 로보택시는 샌프란시스코 정전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작동했다”며 웨이모를 공개적으로 조롱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는 공식적으로 완전 자율주행을 승인받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차량 내에 사람이 탑승해 돌발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웨이모는 완전 자율주행 시험운행을 이미 캘리포니아에서 허가받은 상태다.
머스크의 조롱 외에도 자율주행차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는 확산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가 올해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미국 운전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로보택시와 함께 도로를 공유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모는 현재 샌프란시스코 외에도 피닉스, 마이애미, 오스틴, 휴스턴 등 주요 대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운영 중이며, 향후 더 넓은 지역으로 서비스 확장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웨이모의 확장 전략에 장기적인 고민거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이번 정전은 퍼시픽 가스 앤 일렉트릭(PG&E)의 변전소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인으로 추정되며, 현재 전체 복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웨이모 측은 차후 운영 재개 여부에 대해 "현재 시 당국과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만 밝혔으며, 운행 재개 시점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