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지키는 AI 브라우저 이클립스 출시… 중앙 서버 거치지 않는다

| 김민준 기자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내건 AI 웹 브라우저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됐다. 에스토니아 브라우저 스타트업 시그마 브라우저(Sigma Browser)가 공개한 신제품 ‘이클립스(Eclipse)’는 대형 AI 모델을 로컬에 직접 내장해 사용자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주요 브라우저가 일제히 AI 도입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이 제품은 사생활 보호에 초점을 둔 대안을 제시하며 기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클립스는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대형 언어 모델(LLM)을 PC에 직접 탑재해, 검색 기록과 채팅 내용, 문서 분석 등 모든 활동이 기기 내에서 처리된다. 시그마 공동 창업자 닉 트렌클러(Nick Trenkler)는 발표를 통해 “AI는 점점 중앙 집중화되고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며 “사용자들은 더 이상 프라이버시를 희생하거나 꾸준한 클라우드 요금을 낼 필요 없이 고급 AI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주요 브라우저들이 AI를 활용하는 방식은 대부분 클라우드 기반이다. 구글(GOOGL)의 크롬은 제미니(Gemini)를, 모질라는 파이어폭스에 자체 AI 모델을 통합했다. 이 밖에도 퍼플렉서티 AI의 코멧, 오픈AI의 아틀라스 등도 클라우드접속이 전제되는 브라우저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의 문의는 AI 서버로 전송돼 처리되며, 데이터 유출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클립스는 이를 전면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시그마 측은 기본적으로 필터링 없는 비제한형 AI 모델을 탑재했으며, 이로 인해 정치적·이념적 성향의 정보 왜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PDF 문서를 PC에서 직접 분석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돼, 로컬 환경에서의 활용도를 더욱 높였다.

물론, 이러한 로컬 기반 모델을 원활히 운영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하드웨어 성능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70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중형 AI 모델을 돌리기 위해서는 16~32GB 메모리와 엔비디아(NVDA)의 RTX 3060 수준 이상 그래픽카드를 기본 사양으로 필요로 한다. 시그마는 RTX 4090 이상을 권장 사양으로 제시하고 있다.

완전한 로컬 실행 환경을 제공하는 브라우저는 이클립스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브레이브(Brave)는 ‘레오(Leo)’ AI 기능에 사용자가 직접 학습 모델을 설치해 구동하는 기능을 탑재한 바 있다. 그러나 설치과정이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이클립스는 사용자가 별도 설정 없이 기본 내장된 모델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췄다는 평가다.

시그마는 이번 제품 출시를 통해 프라이버시 중심의 ‘사용자 제어형 AI’로의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AI 기술 발전에 따라 중앙 집중식 처리 구조의 한계가 지적되는 가운데, 앞으로 사용자가 직접 AI 활용 환경을 통제하고, 데이터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시장 흐름이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