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자사 H200 GPU의 중국 첫 출하를 내년 2월 중순으로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승인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초기 물량으로 5,000~10,000개 모듈, 즉 최대 8만 개에 달하는 H200 칩을 중국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 당국이 현지 기업의 구매를 공식적으로 허용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특히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를 포함한 중국 기술 대기업들이 H200에 대한 강한 수요를 드러낸 가운데, 베이징은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 차원에서 구매 승인을 아직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정부 역시 이와 관련한 허가 절차에 철저한 관리 감독을 예고하며, 실제 판매에 앞서 정치적, 정책적 장애물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전환에 따라 가능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H200 GPU의 중국 판매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공식 입장을 전환했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지던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의 사실상 철회로 평가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정을 “미국 노동자 보호와 세수 확대, 제조업 강화”의 차원에서 내린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경제적 실리 추구가 더 큰 배경이라고 본다.
서방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 희토류는 H200을 비롯한 반도체 및 전지 제조에 필수 재료로, 해당 조치는 미국 기술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10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 측이 일부 제한을 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반도체 거래는 일종의 ‘GPU–희토류 스왑’ 협상을 기반으로 성사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컨스텔레이션 리서치의 홀거 뮐러(Holger Mueller) 애널리스트는 “서로 필요로 하는 핵심 기술과 자원을 교환하는 거래가 유용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중국의 희토류 제한 완화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의회 내 반발 기류도 무시할 수 없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은 최근 상무부에 관련 수출 라이선스 검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두 의원은 H200의 잠재적 군사 용도와 해외 동맹국들의 반응도 고려해 신중할 것을 강조했다.
H200은 현재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Blackwell)’ 시리즈에 비해 한 세대 이전 제품이지만, 여전히 AI 워크로드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블랙웰 중심의 생산 재편과 함께 H200 공급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중국 고객을 위한 별도 생산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이 칩의 수입이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 속도를 저해할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200 도입이 국내 GPU 설계 및 제조 역량 확장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특정 수량의 국산 칩을 병행 구매하는 조건부 허용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와 중국 정부의 행보는 단순한 사업적 거래를 넘어 반도체 주권, 기술 경쟁, 윤리적 규제 등 복합 이슈가 얽힌 전략적 분기점에 놓여 있다. 2025년 2월 출하 여부가 현실화될지는 앞으로 몇 주간의 정치적 결정과 외교 메시지에 달려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