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타고 다시 날개 단 프롭테크… 美 스타트업들 조 단위 투자 유치

| 김민준 기자

금리가 낮았던 시기에는 부동산 기술기업, 이른바 프롭테크 스타트업에 자금이 대거 유입됐지만,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투자심리는 빠르게 냉각됐다. 2025년 들어 기준금리가 일부 하향 조정되며 자금 흐름이 다소 회복되는 듯한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투자 규모는 여전히 과거 정점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2025년 현재까지 프롭테크 분야에 유입된 글로벌 벤처 자금은 약 102억 달러(약 14조 6,800억 원)로, 2019년의 절반 아래 수준이다. 거래 건수 역시 2021년 고점 대비 58.3% 감소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거래 감소는 투자자들의 관심 둔화를 시사하는 동시에, 개별 라운드의 모집 금액이 커지는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 특히 올해 최대 규모 거래 중 5건 가운데 3건은 사모펀드의 참여로 성사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핵심으로 내세운 스타트업은 여전히 투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디지털 주택 건축사 홈바운드는 최근 4억 달러(약 5,760억 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AI 기반 플랫폼으로 주택 건설 과정을 최적화하고 있으며, 직접 경쟁사 대비 40% 빠른 완공 속도와 약 25% 낮은 건축비용을 자랑한다. 홈바운드는 2018년 설립 이래 누적 약 5억 3,000만 달러(약 7,630억 원)를 조달했으며, 주요 투자자로는 골드만삭스, 크래프트벤처스, 포러너 등이 이름을 올렸다.

뉴욕 기반의 빌트 리워즈는 임대료 지불 및 동네 기반 소비에서 포인트를 적립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지난 7월 13억 달러(약 1조 8,720억 원)의 기업가치로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 투자 유치를 성공시켰다. 이 회사는 2021년 설립 이후 8억 달러(약 1조 1,520억 원)를 넘게 조달했고, 올 들어 급격한 기업가치 상승으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AI 기반 주택·헬스케어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엘리즈AI도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의 시리즈 E 투자를 확보했으며, 평가액은 22억 5,000만 달러(약 3조 2,400억 원)에 달했다. 제품군에는 가상 투어, 임대 검토, 유지보수 앱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모두 비용 절감과 고객 경험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외에도 올 한 해 다양한 소규모 유망 투자건이 이어졌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지원한 시애틀 기반 스타트업 어라이브드 홈즈는 소액 부동산 지분 매매 플랫폼을 운영하며 2,700만 달러(약 388억 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뉴욕에서 설립된 모기지 기술 스타트업 타이달웨이브는 에이전틱 AI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로 2,200만 달러(약 317억 원)를 시리즈 A에서 확보했다. 협업사 중에는 상장 직전 단계에 돌입한 웰스프론트도 포함된다.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리들리는 AI 기반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개발해 기존 중개 수수료 없는 주택 매매를 실현하고 있으며, 지난 11월 640만 달러(약 92억 원)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현재의 자금 흐름은 과거에 비하면 분명 위축된 상태지만, 업계는 향후 기술 중심의 재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레드핀 출신이자 현재 디지털 주택 금융 스타트업 로어의 대표인 아담 위너는 “향후 1~2년 내 AI 기술이 주택 탐색, 구매, 금융, 관리 전반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공급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미 있는 금리 인하가 수반되지 않는 이상, 2026년에도 프롭테크 투자 흐름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금 투자자들은 냉정한 셈법을 기반으로 기술력과 수익성의 밸런스를 정확하게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