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딥테크 스타트업, 연말에도 '투자 훈풍'…바이오·헬스케어 주도

| 김민준 기자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연말에도 활기를 이어가고 있다. 12월에도 인공지능(AI) 기반 단백질 설계, 공항 운영 최적화, 재택 심장 건강 모니터링 등 다양한 딥테크 분야에서 의미 있는 투자 유치가 이어진 가운데, 이들 기업의 기술력과 시장 확대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우선, 호르몬 건강 진단 스타트업 이니토(Inito)는 최근 2차 투자 유치 라운드를 통해 2,900만 달러(약 41억 7,000만 원)를 확보했다. 기존 여성 대상으로 진행해온 가정용 배란 진단 서비스에서 나아가, AI 기반 합성항체 기술을 중심으로 임신, 폐경, 테스토스테론 등 범용적 호르몬 분석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항체 단백질의 3D 구조를 예측하고 AI로 설계해 수백만 가지 조합을 가상 분석한 뒤 가장 안정적인 항체만 제작한다"는 방식은 기존 항체 개발보다 정밀도와 일관성 면에서 월등하다는 평가다.

항공 산업에 AI 기술을 전면 도입한 스위스의 아사이아(Assaia)는 2,660만 달러(약 38억 3,000만 원)를 조달하며 주목받았다. 이들은 뉴욕 JFK, 런던 히드로 등 주요 국제공항에서 이미 운영 중인 AI 기반 공항 운영 소프트웨어 ‘스탠드매니저(StandManager)’를 통해 게이트와 주기장을 사전 할당하고, 항공기 지상처리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서비스 확장과 기능 고도화를 통해 항공 업계의 인프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전략이다.

3D 프린팅용 고성능 필라멘트부터 우주 항공, 국방, 제약 공정에 활용 가능한 단백질을 개발하는 에이더 바이오(Aether Bio)도 이번 달 1,500만 달러(약 21억 6,000만 원) 투자를 유치했다. 머신러닝과 고속 자동화 로봇을 통해 7개의 새로운 단백질 계열을 개발 중이며, 이 중 일부는 이미 실제 제조공정에 적용될 준비를 마쳤다. 투자사 트라이브 캐피탈은 “AI로 단백질을 설계해 실제 산업제품 생산에 성공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심장질환 모니터링에 초점을 맞춘 웨어링크(Wearlinq)는 원격에서 병원급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무선 기기로 1,400만 달러(약 20억 1,000만 원)를 확보했다. 해당 장비는 이미 75개 심장내과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환자 수요와 병원 측 분석 효율을 동시에 개선한 점이 강점이다. 특히 기존 심박수 측정기를 넘어 전기적 신호까지 분석이 가능해, 심방세동 등 은밀한 부정맥 감지에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국 런던 기반의 빌트 AI(Built AI)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 분석의 자동화를 내세우며 600만 달러(약 8억 6,000만 원)를 유치했다. 이들은 머신러닝 기법으로 리스 조건, 임차인 분석, 평가 지표 등을 단 몇 분 만에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 중이며, 이미 700억 달러(약 100조 7,000억 원) 규모의 유럽 내 자산 분석에 활용됐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 상황에서, 도입 효과와 확장 가능성에 대한 업계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 모두 단순한 기술혁신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검증된 활용성과 확장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AI와 바이오, 물류와 부동산 등 다양한 산업을 가로지르는 이들의 성공 가능성은, 테크 중심의 창업가 정신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