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C 제동에 베리스크, 2조 원대 아큐링크스 인수 철회

| 김민준 기자

미국의 보험 기술 기업 베리스크 애널리틱스(Verisk Analytics)가 루핑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아큐링크스(AccuLynx)를 인수하려던 계획을 결국 철회했다. 당초 두 기업은 약 2조 2,000억 원 규모의 거래를 체결했지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규제 검토 지연으로 인해 마감기한까지 승인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인수를 무산시킨 것이다.

이번 거래는 지난 6월 발표됐으며, 당시 양사는 10월을 목표로 거래 성사를 예고했다. 하지만 FTC가 해당 거래에 대해 추가 정보를 요구하면서 심사 절차가 지연되었고, 결국 12월 26일부로 계약이 자동 종료됐다. 일반적으로 FTC의 추가 자료 요청은 독점 금지 혹은 경쟁 저해 우려가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베리스크는 뉴저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보험사가 경쟁사 동향을 파악하거나 재산 손실 청구를 처리할 때 필요한 30페타바이트 이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잭티메이트(Xactimate)'는 건물의 3D 모델을 구축해 수리 필요 부분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잭트애널리시스(XactAnalysis)'는 클레임 처리 과정의 오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한편, 인수 대상이었던 아큐링크스는 지붕 전문 시공업체를 위한 통합 관리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드론이나 위성 이미지 기반 측량, 자재 발주, 회계와 결제 처리, 고객 정보 관리까지 포함하며, 특히 건물 수리에 필요한 항공 측량 정보 제공 기능은 베리스크의 기존 솔루션과 차별화되는 핵심 요소였다.

베리스크는 이번 인수를 위해 약 2조 1,600억 원 규모의 부채를 조달했으며, 계약 종료에 따라 차입금의 101%에 이자까지 포함해 조기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큐링크스 측은 계약 종료 통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법적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거래 무산은 전문 소프트웨어를 통해 보험사와 시공업체 간 데이터 흐름을 개선하려던 베리스크의 전략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일각에서는 FTC가 인프라 환경과 소비자 선택권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기술 영역에서도 반독점 규제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장면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