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인 SMIC가 자회사 완전 인수에 나서며 자국 반도체 산업 자립화 전략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SMIC는 북중반도체(SMNC) 지분 49%를 총 406억 위안(약 8조 2,000억 원)에 추가 매입한다고 밝혔으며, 이로써 해당 자회사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이번 인수는 SMIC가 이미 보유하고 있던 지분 외의 전량을 주식 교환 방식으로 확보하는 거래다.
SMNC는 지난 2013년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원 속에 설립된 국책 성격의 제조업체로, 초기에는 45나노미터 공정에 주력했지만 이후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려 현재는 12나노미터 반도체까지 생산하고 있다. 특히 12인치 웨이퍼 수요에 대응하며 다양한 공정 기술에 적용 가능한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25년 상반기 기준 SMNC와 또 다른 자회사인 SMIC 베이징은 총 88억 7,000만 위안(약 1조 2,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 이상 성장했다. 양사의 같은 기간 순이익은 1억 2,5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이번 결정은 미국의 지속적인 견제를 돌파하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맞물려 있다. 최근 수년간 미국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첨단 기술 습득을 차단하기 위해 수출 규제 등을 강화해왔으며, 이에 대응해 중국 정부는 자체 반도체 역량 강화를 목표로 수십조 원 규모의 육성 자금을 투입해온 바 있다.
이 과정에서 SMIC는 화웨이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대표적인 첨단 반도체 개발 업체로 떠올랐다. 특히 화웨이는 SMIC의 기술을 기반으로 올여름 출시한 AI 서버 시스템 ‘CloudMatrix 384’를 통해 GPU 시장 강자인 엔비디아를 겨냥한 성능 경쟁에 나섰다. 해당 시스템은 연산 능력과 메모리 대역폭 측면에서 엔비디아 GB200을 앞서지만, 전력 소모가 많은 것이 단점으로 평가된다.
SMIC는 이밖에도 알리바바와 함께 AI 추론용 5나노미터 칩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 최초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EUV 장비는 고성능 반도체 생산의 관건이지만, 현재 네덜란드의 ASML이 유일한 공급업체로 미국의 제재에 따라 중국에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WCCFtech에 따르면, 최근 SMIC는 ASML 전직 엔지니어들의 협조를 받아 EUV 장비 시제품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지만, 대량 상용화는 2030년 무렵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른다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SMIC의 이번 인수는 단순한 기업 구조 재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국 자국 산업 주도의 기술 자립 및 공급망 안정 확보라는 정치적·경제적 전략과 철저히 맞물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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