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연계 하이포의 반도체 인수 전격 차단…기술 안보 급선회

| 김민준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과 연계된 기업의 반도체 자산 인수를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칼을 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하이포(HieFo)의 반도체 자산 인수를 전격 저지한 것이다.

하이포는 지난 2024년, 미국 반도체 기업 엠코어(Emcore)의 인듐포스파이드(InP) 기반 칩 및 웨이퍼 생산 부문을 292만 달러(약 42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당국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였던 해당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무산 위기에 처했다. 백악관은 이를 국가 안보 차원의 조치로 규정하면서, 현재 하이포의 소유자가 중국 국적자이며 미국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방위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근거로 이번 인수 차단을 정당화했다. 그는 또 하이포가 엠코어로부터 인수하려 했던 반도체 자산을 180일 이내에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이들 자산은 아이폰을 비롯한 소비자 전자기기에서부터 인공지능 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용도에 사용되는 핵심 구성 요소다.

이번 조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집행을 감독하게 되며, 필요 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술에 대해 이처럼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선 것은 중국에 첨단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의 일환이다.

하이포 측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엠코어로부터 웨이퍼 및 칩 자산을 MBO(경영자 인수 방식)로 인수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회사의 핵심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하이포 창업자 겸 CEO 장 겐자오(Genzao Zhang)는 엠코어에서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으로 재직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에 대한 일부 반도체 수출 통제를 완화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NVDA)의 구형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200 시리즈는 중국 수출이 재허용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정은 다소 예외적이며, 기술 안보를 둘러싼 미국의 입장이 다시 강경해졌음을 시사한다.

이번 조치는 향후 미국 내 반도체 산업 보호 정책에 또 다른 전환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위해 국내 생산 확대에 나서는 동시에, 미국은 안보를 명분으로 기술 유출 단속을 강화하는 양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