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6z, 150억 달러 초대형 펀드 조성… AI·암호화폐·방위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

| 김민준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가 총 150억 달러(약 21조 6,000억 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했다. 이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회사는 이번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암호화폐, 방위 산업 등 첨단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펀드는 총 여섯 개 세부 펀드로 구성됐다. 가장 많은 67억 5,000만 달러가 성장 단계 기업을 위한 그로스 펀드에 배정됐으며, 미국 방위·안보 관련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하는 'American Dynamism' 펀드에는 11억 7,600만 달러가 배정됐다. 앱 개발 관련 펀드와 인프라 펀드에는 각각 17억 달러, 바이오 및 헬스 펀드에는 7억 달러가 할당됐고, 추가적인 벤처 전략 부문에는 30억 달러가 편성됐다.

a16z의 이번 조달은 2025년 북미 스타트업 시장의 반등과 맞물린다. 지난해 북미 지역 스타트업의 투자금은 2,800억 달러(약 403조 2,000억 원)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특히 AI 분야가 전체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a16z 역시 이러한 흐름의 주요 촉매제 중 하나였다. 실제로 a16z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활발한 포스트 시드 단계 투자사였으며, 약 165건의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한 스타트업에는 코드 자동화 플랫폼 애니스피어(Anysphere), 법률 AI 기업 하비(Harvey), 예측시장 서비스 칼시(Kalshi), AI 연구소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 콘텐츠 플랫폼 섭스택(Substack), 감시 기술 스타트업 플록 세이프티(Flock Safety), AI 음성 기술 기업 일레븐랩스(ElevenLabs), 데이터 플랫폼 데이타브릭스(Databricks) 등이 포함된다.

회사는 블로그를 통해 이번 펀드 조성의 핵심 목표를 미국 중심의 기술 주도권 확보라고 밝혔다. 공동 창업자 벤 호로위츠(Ben Horowitz)는 "우리는 기술의 다음 100년을 미국이 주도하길 원한다"며, "AI와 암호화 기술을 바탕으로 바이오, 헬스케어, 국방, 교육, 공공안전 등 필수 분야 전반에 이를 확산시키고, 미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 기술들을 채택해 자국 이익을 방어하고 확장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펀드 조성은 역설적으로 벤처캐피털 업계 전체가 신기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와 피치북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는 2017년 이후 가장 펀드 조달이 부진했던 해였다.

a16z는 에어비앤비(Airbnb), 코인베이스(Coinbase), 슬랙(Slack), 리프트(Lyft), 핀터레스트(Pinterest), 옥타(Okta) 등 유수의 유니콘 기업에 초기 투자에 나서며 업계 최상위 투자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초대형 펀드 또한 그러한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