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새로운 인터페이스다…엔비디아, CES서 인공지능 미래 전면 제시

| 김민준 기자

세계 최대 테크 전시회 CES에서 엔비디아(NVDA)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미래 전략을 대대적으로 선보이며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기조연설을 통해 인공지능이 단순한 신기술이 아닌, 인간의 업무 방식 자체를 바꿀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라며 기술 진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AI의 중심에는 ‘에이전틱 에이전트(Agentic Agent)’가 있다. 이는 사용자의 업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는 AI 시스템으로,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계획 수립, 도구 사용, 맥락 추론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황 CEO는 이에 대해 “기존의 수작업 기반 인터페이스는 고도로 비효율적”이라며, “AI가 생산성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나우, 팔란티어(PLTR), 스노우플레이크(SNOW)를 예로 들며 실제 기업용 워크플로에서 이미 이런 시스템들이 구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은 AI 구조가 반드시 ‘멀티’ 속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복수의 언어모델(LLM)을 조합한 '멀티모델(Multimodel)' 접근이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으며, 이미지, 텍스트, 영상, 음성 등 모든 데이터를 아우르는 '멀티모달(Multimodal)' 대응은 필수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와 함께 물리적 로봇과 엣지 장치를 고려할 때 각지의 AI 모델이 실시간으로 접근 가능한 '멀티클라우드(Multicloud)' 환경 역시 AI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부상한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부문에선 엔비디아가 약 7조 원에 인수한 멜라녹스(Mellanox) 사례가 다시 주목받았다. 현재 이 부문은 분기 매출만 7조 원을 상회하며 확장 중이다. CES에서 공개된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은 그 결정판이었다. 베라 CPU와 루빈 GPU 72개가 NVLink로 통합된 AI 슈퍼컴퓨터 NVL72는 단일 랙에서 초고속 통신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최대 1.6Tb/sec 대역폭을 제공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카드 슈퍼NIC, 260TB/s를 구현한 NVLink 6 스위치, 실리콘 포토닉을 적용한 스펙트럼-X 이더넷 등이 함께 공개돼 AI 인프라의 기반을 새로 썼다는 평가다.

스토리지 분야에서도 엔비디아는 ‘컨텍스트 메모리 스토리지(Context Memory Storage)’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GPU 서버의 한계를 극복할 AI 전용 스토리지 계층으로, 메타데이터를 오프로딩하고 데이터를 GPU 간 실시간 공유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결과적으로 기존 대비 토큰 처리속도는 5배, 전력 효율성도 5배 개선됐다. AI 연산에 최적화된 구조 덕분에 앞으로 GPU 재연산을 줄이고 전체 연산 시스템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선 엔비디아가 오픈소스로 공개한 ‘알파마요(Alpamayo)’ 자율주행 모델이 큰 화제를 모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CLA 차량은 이 모델 기반으로 유럽 NCAP 안전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별 다섯 개를 획득했다. 알파마요는 기존의 패턴 인식 위주 자율주행 시스템과 달리, 단계별 추론과 판단을 통해 복잡한 도로 상황에서도 판단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사고 기반 자율주행’을 구현한다. 엔비디아는 이를 통해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의 문턱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CES 기조연설은 지난 수년간 AI 산업을 이끌어 온 엔비디아가 다시금 기술 리더십을 입증한 무대였다. 황 CEO는 발표 말미에서 “AI는 언젠가 인터넷처럼 모든 물건과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AI 기반 세상으로 이동 중”이라고 강조했다. AI, 네트워크, 스토리지,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스템 구조를 뜯어고치며 산업의 판을 바꿔가고 있는 엔비디아의 행보는 앞으로도 업계의 주목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