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칩을 설계·검증까지…케이던스, '칩스택 AI 슈퍼 에이전트' 공개

| 김민준 기자

반도체 설계 및 전자 하드웨어 기업인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가 AI를 활용한 설계 자동화 기술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칩스택 AI 슈퍼 에이전트(ChipStack AI Super Agent)’를 새롭게 공개했다. 이 솔루션은 반도체 전면 설계와 검증을 자동화해 생산성과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케이던스 측은 이 슈퍼 에이전트가 코드 작성부터 테스트벤치 설계, 회로 검증, 디버깅 및 오류 수정까지 설계 엔지니어가 수행하는 주요 작업을 최대 10배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여러 개의 AI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심포니 구조’에 있다. IP 설계, SoC 통합, 디버깅 등 각기 다른 역할을 맡은 소규모 AI들이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작동하면서, 마치 한 명의 유능한 주니어 엔지니어처럼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칩스택은 케이던스가 2025년 11월 인수한 칩스택(ChipStack)이란 회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특히 검증(process verification)은 설계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및 품질 리스크를 미리 차단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공정으로 평가된다. 이 시스템은 자연어로 기술된 사양서와 도면, 타이밍 관계 등 다양한 자료를 한데 묶어 '정신적 모델(mental model)'을 생성한 뒤, 이 과정을 기반으로 테스트를 수행하고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보완한다.

케이던스의 제품관리 고위 임원인 매트 그래햄(Matt Graham)은 "검증은 NP-완전 문제로 게이트 수가 두 배가 되면 상태 공간은 제곱으로 증가한다"며, "이러한 구조적 복잡도 확대를 AI 에이전트가 정면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이 솔루션의 진정한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협업에 나선 카르틱 헤그데(Kartik Hegde)도 “자연어에 기반한 검증 문제와 대형 언어 모델의 궁합은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칩스택 AI는 이미 케이던스의 지능형 칩 탐색기 세레브러스(Cerebrus), 제다이 플랫폼(JedAI) 등과도 통합돼 있으며, 엔지니어가 전체 설계 문서를 입력하고 에이전트의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질문과 작업 수정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인간-AI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엔지니어는 마치 주니어 인력을 보조하는 시니어처럼 활동하며 설계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완전한 자율칩 설계를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진보라 평가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설계를 지시하고, AI가 칩을 완성해 검증까지 마치는 ‘무인 자동화 설계 시스템’이다. 우리는 그 첫 단계를 시작한 것”이라는 매트 그래햄의 발언은 업계의 기술 진화 방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하이브리드, 온프레미스 등 다양한 환경에서 기업의 IP 보안을 유지하면서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도 기업 중심 AI 혁신 전략의 일환이다. 현재 칩스택 AI는 얼리 액세스 프로그램을 통해 알테라(Altera), 엔비디아(NVDA), 텐스토런트(Tenstorrent) 등의 기업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상태다.

칩 설계 및 제조 비용이 수백억 원 규모에 달하는 상황에서 단 한 번의 오류가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기술은 향후 반도체 산업 전반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AI를 통해 반도체 설계 공정 자체를 다시 쓰려는 케이던스의 시도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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