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 기업 시스코(CSCO)가 자사 제품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 중심의 대대적인 기술 전환을 예고했다. 특히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Cisco Live EMEA 2026' 행사에서는 시스코가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5가지 핵심 기술 발표가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제품은 단연 ‘실리콘 원 G300’ 칩이다. 이 스위칭 실리콘은 102.4Tbps라는 압도적인 대역폭을 제공하며, AI 클러스터의 확장을 저해해온 네트워크 병목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시스코는 이 제품에 자사의 지능형 집합 네트워킹 기술을 접목해 다른 솔루션 대비 2.5배 높은 순간 트래픽 흡수 능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테스트 결과 고속 패킷 처리 성능이 33% 상승하고 작업 완료 시간은 평균 28%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AI가 생성하는 토큰 수와 운영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직접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수치다.
또 하나의 전환점은 ‘AgenticOps’라는 새로운 IT 운영 모델이다. 기존의 AI가 단순한 모니터링 도구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사고하고 결정하며 행동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스코는 이를 통해 네트워크 유지보수, 운영 최적화, 리스크 검증 등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를 실현하고 있으며, 완전 자율 네트워크 구축 가능성을 향후 36개월 내로 보고 있다.
보안 영역에서는 'AI 디펜스' 시스템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적용됐다. 특히 AI 공급망 전반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고, 자율 에이전트의 비정상적인 행위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AI 부재료 목록(Bill of Materials)' 기능과 다회차 알고리즘 침투 테스트가 추가됐다. 이는 기존 보안 접근법보다 훨씬 정교한 방식으로, 시스코는 이를 통해 기업들이 전례 없는 수준의 AI 보안 통제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호 보호 측면에서도 시스코는 앞서나간다. 새롭게 공개된 IOS XE 26 운영 체제에는 포스트 양자 암호(PQC) 기술이 스택 전반에 적용됐다. 이는 향후 등장할 양자 컴퓨터가 오늘날 암호 데이터를 해독할 수 있게 되는 상황에 대비하는 조치로, 시스코는 이를 통해 금융, 공공, 국방 등 규제 환경이 강한 조직들이 수년 동안 데이터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혁신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코는 자사 데이터센터 시스템을 새롭게 통합한 ‘Nexus One’ 플랫폼도 공개했다. 실리콘부터 스위치, 광학 부품, 운영체제까지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묶어 AI 전용 패브릭으로 완성한 셈이다. 이 시스템은 곧 스플렁크 플랫폼과의 통합을 통해 규제가 엄격한 국가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실시간 텔레메트리 분석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시스코의 제품 부문 사장 지투 파텔(Jeetu Patel)에 따르면,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술 나열을 넘어 시스코가 ‘제품 중심 기술기업’에서 ‘플랫폼 중심 AI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한편 이번 행사와 연이은 AI 서밋을 통해 시스코는 이제 AI가 단일 기능이나 부가 요소가 아닌 기업 인프라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시스코는 단순히 뛰어난 AI 모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 모델을 보다 신뢰성 있게, 보다 자동화된 네트워크 위에서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AI 시대의 인프라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시스코는 그 중심에 자사 기술을 두고 미래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