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26일 주가 급등에 힘입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인공지능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던 메모리 업종 전반의 기업가치가 다시 주목받는 흐름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은 전 거래일보다 19.3% 오른 895.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1조100억 달러로 불어나며 이른바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달러당 원화 환산 기준으로는 약 1천500조원 안팎 규모다.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중앙처리장치나 그래픽처리장치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까지 수혜 기대가 본격적으로 번진 셈이다.
주가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계기는 스위스 투자은행 유비에스의 목표주가 상향 조정이었다. 유비에스는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기존 535달러에서 1천625달러로 큰 폭 올렸다. 시장에서는 이 조정을 단순한 실적 전망 변경이 아니라, 메모리 산업을 바라보는 평가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유비에스는 인공지능이 단순 질의응답형 서비스를 넘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인공지능’ 단계로 발전하면서, 데이터 처리 과정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봤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경기와 수급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업종으로 분류돼 왔다. 이 때문에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따지는 선행 주가수익비율, 즉 퍼가 다른 반도체 기업보다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고대역폭메모리와 서버용 디램 등 첨단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메모리 업체가 단순히 경기 민감 업종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다시 평가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비에스가 언급한 ‘정상적인 밸류에이션 배수’도 이런 재평가 기대를 뜻한다.
이번 마이크론의 1조 달러 돌파는 한국 반도체 기업과 비교해도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6일 한국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고, 에스케이하이닉스도 같은 문턱에 근접한 상태다. 결국 세계 메모리 3강이 모두 초대형 기업가치 구간에 진입하거나 이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메모리 업종 특유의 가격 변동성과 설비투자 부담이 여전히 큰 만큼 향후에는 실제 수요 증가가 실적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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