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알고리즘 트레이딩으로 한국 금융시장 혁신

| 토큰포스트

인공지능을 앞세운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면서, 사람의 손과 감각에 의존하던 매매는 이제 기계와 인간이 역할을 나눠 맡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과거 한국 증시에서는 초단타 매매자들이 손가락 반응 속도와 주문 타이밍으로 수익을 겨루는 일이 흔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여의도와 강남 일대의 트레이딩룸에서는 사람이 직접 마우스와 키보드를 두드리며 초단위보다 더 짧은 순간을 다투는 매매가 이뤄졌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들어 컴퓨터가 계산 속도와 주문 처리 능력에서 인간을 압도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방식의 매매는 점차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이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한국 엘아이티(라인 인베스트먼트 테크놀로지스) 같은 전문 운용사다. 이 회사는 2008년 국내에서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를 처음 도입한 김지건 대표가 이끌고 있는데, 금융회사라기보다 정보기술 기업에 가까운 운영 방식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100개 선물시장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을 포함한 약 30개의 매매 모델을 운용한다. 핵심은 시장 움직임을 숫자와 패턴으로 해석해 사람이 놓치기 쉬운 미세한 가격 변화와 체결 오차를 포착하는 데 있다. 감정에 흔들리기 쉬운 인간과 달리, 기계는 공포나 탐욕 없이 정해진 원칙대로 판단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인공지능은 단순히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흐름만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자산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는지, 평소와 다른 이상 움직임이 나타나는지, 변동성이 어떤 식으로 확대되거나 축소되는지까지 실시간으로 읽어낸다. 예를 들어 추세 추종 전략은 기본적으로 상승 흐름에 올라타고 하락 흐름에서는 비중을 줄이는 방식인데, 인공지능은 여기에 시장 참여 행태, 시장 간 연결 구조, 원자재 수급에 영향을 주는 날씨와 계절성, 공급망 변화 같은 비정형 정보까지 함께 반영한다. 사람이 일일이 해석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기계가 학습해 전략으로 바꾸는 셈이다.

다만 이런 시장은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한 번 만든 시스템만으로 오래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파생상품 시장은 한쪽의 수익이 다른 쪽의 손실로 이어지는 제로섬 구조여서, 남이 만든 프로그램을 단순히 흉내 내는 수준으로는 경쟁력이 생기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래서 자체 알고리즘 개발 능력, 주문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연결하는 매칭 기술, 대규모 연산을 감당할 컴퓨팅 인프라가 사실상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런던 같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서 헤지펀드와 트레이딩 기업들이 수학, 물리학, 컴퓨터공학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트레이딩을 첨단 기술 산업으로 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앞으로의 트레이딩 시장이 인간 중심이 아니라 인공지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는 사람이 직접 매매 버튼을 누르기보다, 인공지능 시스템을 감독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역할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정교한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었는지, 누가 더 강한 연산 능력과 빠른 시스템을 갖췄는지로 압축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국내에서도 트레이딩을 단순한 금융 거래가 아니라 기술과 자본, 인재가 결합한 하나의 산업으로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