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대차대조표가 커졌지만 비트코인(BTC)에 새로운 유동성이 공급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자산 증가분 상당수가 통화정책 완화가 아닌 은행권 준비금 관리와 기존 자산 재투자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16일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25bp 인상해 3.75~4.00%로 조정했다. 연준은 같은 날 은행권에 '충분한 준비금'을 유지하는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준비금 잔액에 적용하는 금리는 17일부터 3.90%로 올렸다. 연준은 FOMC 성명에서 금리 인상과 충분한 준비금 정책 유지를 밝혔다.
뉴욕연방준비은행 거래 데스크는 필요할 경우 만기 3년 이하 국채를 매입해 준비금 수준을 유지할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매입 권한이 있다는 사실이 실제 순매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연은의 9월 15일부터 10월 14일까지 운용 일정에는 약 156억달러(약 2조1372억원) 규모의 기관증권 원금 재투자만 포함됐다. 같은 기간 준비금 관리 매입(RMP)은 '없음'으로 표시됐다.
RMP와 양적완화(QE)는 목적부터 다르다. 필립 제퍼슨(Philip N. Jefferson) 연준 부의장은 1월 연설에서 "준비금 관리 매입은 양적완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QE가 장기 국채와 agency MBS를 대규모로 사들여 장기금리와 금융 여건을 완화하는 수단이라면, RMP는 단기금리 통제를 위해 충분한 준비금을 유지하는 운영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제퍼슨은 RMP와 QE의 목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차대조표를 해석할 때는 총자산 규모뿐 아니라 매입 목적과 자산 만기를 함께 봐야 한다. 단기 국채를 활용해 준비금 공급을 조정하는 RMP와 장기물 중심의 QE는 금융시장에 전달되는 경로가 같지 않다.
연준의 7월 통화정책 보고서는 2026년 1월 초 이후 시스템공개시장계정(SOMA)이 약 2500억달러(약 342조5000억원)의 국채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1600억달러(약 219조2000억원)는 RMP였고, 약 900억달러(약 123조3000억원)는 agency MBS 원금 재투자였다.
같은 기간 연준 총자산은 약 1500억달러(약 20조5500억원), 준비금은 540억달러(약 7조3980억원) 늘었다. 준비금 증가가 확인됐지만, 이를 곧바로 위험자산 매수 자금으로 해석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연준 총자산은 9월 9일 기준 6조7406억1900만달러(약 9234조648억원)로 집계됐다. 연준 H.4.1 자료에 따르면 전주보다 34억1500만달러(약 4669억원), 1년 전보다 1346억5700만달러(약 184조4811억원) 증가했다. 연준 H.4.1 자료는 9월 9일 기준 총자산과 준비금 수치를 제시했다.
비트코인 시장 흐름도 연준발 유동성 전환을 뒷받침하지 않았다. Farside Investors는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15일 4억5040만달러(약 6170억원), 16일 2억9590만달러(약 4054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연준 결정 직후 비트코인이 움직였다는 사실과 가격 변화의 원인을 연준 정책으로 단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ETF 자금 흐름과 금리, 장기 금융 여건을 함께 봐야 유동성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루이스 황(Lewis Huang) 비트겟(Bitget) 애널리스트는 추가 금리 인상 경로가 제시됐다고 해석하면서도 비트코인이 주식시장보다 즉각적인 충격을 더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더블록(The Block)은 회의 직후 주요 가상자산의 반응이 대체로 제한적이었다고 전했다. 더블록은 회의 직후 가상자산 시장 반응이 제한적이었다고 보도했다.
RMP는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준비금 수준을 유지하는 운영 수단이다. 반면 QE는 장기 자산을 매입해 장기금리와 금융 여건에 영향을 주려는 정책 수단으로, 두 매입은 규모가 같더라도 시장이 받아들이는 신호가 다를 수 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도 연준 자산 규모만으로 비트코인 유동성을 판단하기보다 ETF 수급과 금리 경로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앞서 연준 총자산과 준비금 수준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대차대조표의 절대 규모와 준비금의 충분성은 구분해 다뤄졌다.
현재 연준의 9월 15일부터 10월 14일까지 운용 일정에는 순수한 RMP 매입이 포함되지 않았다. 향후에는 실제 매입 집행 여부와 자산 만기 구성, ETF 수요가 함께 변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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