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플레이스 협업의 패러다임이 조용히 바뀌고 있다. 슬랙(Slack)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새 플랫폼을 통해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서 팀의 ‘지능형 동료’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기업 내 의사결정 구조와 일하는 방식 전반에 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브 시먼(Rob Seaman) 슬랙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최근 드림포스 2025 행사에서 실리콘앵글 미디어 더큐브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슬랙이 인간과 에이전트가 공존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는 슬랙이 본래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출발한 만큼, AI 기반 '에이전트'의 업무 방식과 자연스럽게 결합된다는 설명이다.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AI가 적절한 타이밍에 답하고, 지시를 수행한 후 결과를 다시 공유하는 흐름이 슬랙의 본질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슬랙의 AI 플랫폼은 각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직의 우선순위, 대화 흐름, 팀 간 역학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복잡한 협업도구를 조율하고, 에이전트 기술의 실질적인 추론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시먼은 "슬랙은 조직의 ‘집단 지성’을 담은 검색 가능한 대화 로그"라며 "고객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한편, 이를 에이전트가 최적화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슬랙은 기업을 위한 브라우저가 될 것"이라며 "인터넷 전체가 아닌 조직 내 생태계를 탐색하고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몇 달 사이 홀로 AI(ChatGPT), 코덱스(Codex), 클로드(Claude) 등의 툴을 슬랙에서 통합하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사용자의 ‘주의(attention)’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보안과 투명성은 이 플랫폼의 핵심 원칙이다. 시먼은 "슬랙 AI는 철저한 경계 내에서만 작동하며, 사용자의 데이터는 언어 모델 교육에 활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AI 채택을 주저하는 대기업이나 정부 기관 등에서 신뢰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린 처음부터 기업 내 가장 안전한 메시징 시스템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고객들이 자사의 데이터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슬랙의 새로운 AI 플랫폼은 단순한 기능 향상을 넘어 기업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사람이 AI와 함께 협업하고, 데이터가 흐름 안에서 실시간으로 연결되며, 모든 도구가 맥락 속에서 작동하는 환경이 구현되고 있다. 협업의 미래는 더 이상 도구의 개수에 달린 문제가 아닌, 얼마나 '지능'을 녹여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슬랙의 변신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중대한 전환점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