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 인간 유전체 해독하는 AI '알파지놈' 공개

| 김민준 기자

구글 딥마인드가 인간 유전체의 변이를 예측하는 차세대 AI 모델 ‘알파지놈(AlphaGenome)’을 공개했다. 이 도구는 복잡한 DNA 염기서열을 해석해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어, 희귀 질환의 원인 규명부터 합성 DNA 설계까지 다양한 생명과학 연구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의 유전체는 23쌍의 염색체로 구성되며, 생명체 발달과 조직 형성, 환경 반응까지 거의 모든 생물학적 기능을 통제한다. 알파지놈은 이를 최대 100만 개 염기쌍에 이르는 방대한 DNA 서열로 입력받아, 해당 서열이 전사와 스플라이싱, 단백질 생성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천 가지 분자 특성 단위로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딥마인드는 이번 모델을 ENCODE, GTEx, 4D Nucleome 등 대규모 생물학 기초 데이터셋에서 확보한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시켰다. 이 AI는 단순히 염기쌍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을 넘어, 유전자 조절과 관련된 장거리 DNA 영역까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보다 긴 서열을 기반으로, 유전자 지역 간 상호작용까지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정밀도를 구현했다.

특히 알파지놈은 생식세포에서 유전 정보가 복제될 때 발생하는 스플라이싱 오류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 이는 척수성 근위축증 같은 희귀 유전질환이나, 섬유낭종증처럼 특정 스플라이싱 패턴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병증의 진단과 이해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유전체 분석 AI는 정밀도와 서열 길이 간의 상충관계 때문에 DNA 예측 정확도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알파지놈은 이 제한을 돌파하며, 처음으로 장거리 맥락과 염기 수준의 예측을 동시에 구현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연구원 케일럽 라로우 박사는 “이제 다양한 유전체 작업을 하나의 모델로 통합해 처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딥마인드는 향후 해당 기술이 유전 질환의 병인 규명을 넘어, 특수 유전 기능을 갖춘 합성 DNA 제작과 유전체 기초 연구를 촉진하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질병 조기진단 모형 개발, 유전자 편집 설계, 개인 맞춤 정밀의료를 위한 기반 기능으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발표는 AI가 인간 생물학의 가장 복잡한 영역 중 하나인 유전체 분석 분야에서도 결정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알파지놈은 단순한 예측 모델을 넘어, 생명과학 전체의 연구 및 활용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