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두, 어니 오픈소스로 공개… AI 시장에 '가격 전쟁' 본격화

| 김민준 기자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Baidu)가 자사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인 ‘어니(Ernie)’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글로벌 AI 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AI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기술력 경쟁을 넘어선 가격 파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이두는 29일(현지시간) 어니의 오픈소스 버전 배포를 공식화하며, 향후 순차적으로 전체 코드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폐쇄형 모델 전략을 고수해오던 바이두가 돌연 공개형 생태계 전환에 나선 배경엔 서구 선두 업체들을 겨냥한 가격 경쟁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랜 기간 독자 모델 보호에 집중해온 바이두가 입장을 바꾼 건 주요 경쟁사인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이 고성능 AI 모델을 상업 라이선스로 고가 책정함에 따라, 공개 모델을 통한 점유율 확대가 차세대 수익 창출에 더 효과적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바이두는 올해 상반기부터 공격적인 가격 인하를 이어왔으며, 지난 2월에는 어니 API를 무료로 전환하고, 3월에는 ‘어니 4.5’ 및 추론 특화 모델 ‘X1’을 타사 대비 80% 이상 낮은 가격에 출시한 바 있다.

CNBC와 인터뷰한 옴디아(Omdia)의 애널리스트 라이언 즈 수는 이번 결정을 두고 “바이두는 오랫동안 폐쇄형 전략 중심 기업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딥시크(DeepSeek)와 같은 개방형 스타트업들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판도를 바꾼 딥시크 역시 최근 미국의 GPU 수출 규제로 신모델 ‘R2’ 출시 지연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이 틈을 바이두가 기민하게 파고드는 모양새다.

현재 어니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 기준 2,300만 명 수준으로,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두바오(Duobao)’의 8,300만 명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개발자 시장 점유율도 어니 API가 18%로 딥시크의 34%를 절반 수준으로 따라잡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오픈소스 전환을 통해 바이두는 개발자 커뮤니티 유입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기여자들의 역량을 활용해 미국의 경제 제재를 우회하는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에픽 루트(Epic Loot)에서 AI 전략을 맡고 있는 앨릭 스트라스모어는 “바이두는 이제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AI 가격 체계를 무너뜨리는 전면전에 선언한 셈”이라며 “이제 더 이상 유력 AI 기업 서비스를 비싼 돈 주고 쓸 필요가 없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오픈AI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은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다.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CEO는 올해 초 레딧(Reddit)에서 “당장은 성능 우위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오픈소스 모델을 새롭게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오픈AI는 ‘오픈 웨이트(Open Weights)’ 모델을 예고하며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픈소스 AI가 잠재적 보안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영향 아래 있는 기업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미 하원 중국 관련 특별위원회 위원장 존 뮬레나어는 지난 보고서에서 딥시크를 “중국 공산당의 도구”라고 규정하고, 미국 기술 탈취 및 감시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바이두의 조치는 AI 산업의 패러다임을 단순한 성능 중심에서 가격 중심으로 옮기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오픈소스 전환을 통해 글로벌 AI 생태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및 서구 기업들이 어떤 전략으로 맞설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