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미 전체 노동시장 총임금의 10% 이상을 대체할 정도로 영향력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오크리지국립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AI의 실질적 파급력을 정량화한 새로운 지표를 통해 이러한 분석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AI가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빙산 지수(Iceberg Index)'라는 도구를 도입했다. 이 지수는 AI 기술이 미국 내 총 1억5천만 명 규모의 노동인구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임금 가치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고안됐다. 단순히 기술 도입 여부만 평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실제 업무 수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경제적 영향을 추정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 눈에 띄게 AI가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공학이나 기술 분야에서는 약 2천110억 달러, 이는 미국 총임금의 2.2% 수준의 대체 가치가 확인됐다. 그러나 이는 전체 상황의 극히 일부라는 것이 연구진의 평가다. 금융업, 전문서비스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잠재적으로 대체 가능한 업무까지 고려하면 AI는 미국 전체 임금 총액의 약 11.7%, 금액으로는 약 1조2천억 달러에 해당하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AI의 영향력은 특정 대도시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국 전역 50개 주에 걸쳐 고르게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시나 농촌, 지역 규모를 불문하고 AI 기술이 각종 산업 현장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기존의 국내총생산(GDP), 실업률, 가구소득 같은 전통적인 경제지표가 AI 기술의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기술변화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빙산 지수가 향후 일자리 소멸 시기를 예측하기 위한 도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현재 활용 가능한 AI 기술의 현실적인 범위를 정책 입안자와 기업 경영자에게 명확히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은 앞으로 AI 기술이 노동시장 구조 전반에 어떤 형태로 재편을 가져올지, 그리고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AI가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전문 지식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만큼, 향후 직업 교육과 정책 설계에 있어 보다 정밀한 접근이 필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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