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AI 성패는 ‘도구’ 아닌 프로세스 자동화…앱피안, 화이트 스페이스 경고

| 김서린 기자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도입 열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성과를 가르는 핵심은 더 많은 AI 도구가 아니라 ‘프로세스 자동화’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서와 사람, 시스템 사이에 방치된 연결 공백이 커지면서, 개별 업무에 AI를 붙이는 방식만으로는 조직 전반의 비효율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앱피안(Appian Corp.)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 앰배서더인 마크 윌슨은 ‘앱피안 월드 2026’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맞닥뜨린 진짜 문제는 AI 도구 부족이 아니라 관리되지 않은 ‘화이트 스페이스’라고 짚었다. 이는 부서 간 업무 인계, 사람 간 협업, 여러 시스템 간 연동이 끊긴 지점을 뜻한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이런 공백이 급격히 늘었고, 그 결과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윌슨은 개별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특정 부서 업무만 개선하는 수준의 AI 도입으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봤다.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업무 흐름을 하나로 묶는 ‘엔드 투 엔드’ 프로세스 오케스트레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 전체의 흐름을 연결하지 않으면 AI도 결국 단편적인 효율 개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보험과 의료 현장서 확인된 수익·효율 개선 효과

그는 프로세스 자동화가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소개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한 대형 보험사는 앱피안의 문서 처리 기능을 활용해 브로커와 언더라이팅 업무 흐름을 간소화했고, 그 결과 고객 온보딩 속도를 높이며 수천만달러 규모의 추가 수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규모다.

의료 분야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고 했다. 한 병원 시스템은 접수 단계의 문서 입력과 프로세스 분배를 자동화해, 행정 체크인 창구에 배치됐던 간호 인력을 환자 진료 현장으로 재배치했다. 단순한 비용 절감뿐 아니라, 숙련 인력을 더 필요한 곳에 투입했다는 점에서 운영 효율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높인 사례로 해석된다.

윌슨은 기업들이 AI를 말할 때 비용 절감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지만, 더 빠르게 일해 더 많은 매출을 끌어내는 ‘수익 확대’ 효과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즉, 프로세스 자동화는 비용을 줄이는 수단을 넘어 매출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클라우드 때와 닮은 AI 열풍…전략 부재 경고

다만 그는 지금의 AI 열풍이 과거 클라우드 확산기와 비슷한 경고 신호를 품고 있다고 봤다. 새로운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기대를 모으지만, 실제로는 현장 단위의 전술적 성과만 남기고 전략적 전환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압박이 양방향에서 동시에 들어온다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현장 직원들은 더 강력한 도구를 요구하고, 경영진은 효율 개선과 매출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앱피안은 이런 수요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조직 전체 프로세스를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션 계층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기업 AI의 성패는 어떤 최신 모델을 먼저 도입하느냐보다, 흩어진 업무 흐름을 얼마나 정교하게 잇느냐에 달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AI 도입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일수록, 기술 자체보다 프로세스 자동화와 실행 구조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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