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에 추가 자금을 넣으면서, 단순한 재무 투자보다 장기 협력 관계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의 무게를 옮기고 있다. 올해 하반기 앤트로픽의 상장이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지분을 서둘러 현금화하기보다, 통신 인프라와 데이터, 보안 분야에서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접점을 넓히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는 10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앤트로픽에 추가 투자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회사는 2023년에도 앤트로픽에 1억 달러를 투자해 약 0.3%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현재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는 약 9천650억달러, 원화로는 약 1천325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초기 투자자 자격으로 후속 투자 기회를 얻은 만큼, SK텔레콤은 상장 전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과 사업 협력 효과를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투자의 핵심은 시세 차익보다는 전략적 이해관계에 가깝다. 정 최고경영자는 앤트로픽이 기업공개에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투자 수익보다도, 양사가 계속 협력하는 편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SK텔레콤이 재무적으로 무리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보유 지분을 처분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최근 인공지능 산업에서 통신사가 단순한 네트워크 제공자를 넘어, 대형 언어모델 기업과 손잡고 서비스와 인프라 경쟁력을 키우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협력의 실질적 분야도 비교적 분명하다. SK텔레콤은 인프라 사업과 데이터 사업에서 앤트로픽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앤트로픽 역시 자체 컴퓨팅 파워, 즉 대규모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서버와 반도체 기반의 처리 역량을 확보하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통신사는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갖고 있고, 인공지능 기업은 모델 개발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여지가 크다. 최근 인공지능 산업에서 모델 성능만큼 중요한 요소가 연산 자원과 안정적인 서비스 인프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협업은 기술 제휴를 넘어 산업 생태계 차원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보안 분야에서도 협력은 확대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최근 아시아 이동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앤트로픽의 보안 협력체인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보안 취약점을 전문가 수준으로 탐지하는 인공지능 모델 미토스의 조기 접근 권한을 확보했다. 정 최고경영자도 보안 협력에서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통신업계가 인공지능을 고객 서비스뿐 아니라 네트워크 운영, 해킹 대응, 내부 시스템 방어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추가 투자는 상장 기대감에 올라탄 단기 지분 투자라기보다 미래 사업 기반을 선점하려는 성격이 더 짙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통신사와 생성형 인공지능 기업 간의 지분 투자와 기술 제휴가 함께 이뤄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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