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산업이 인공지능(AI) 도입의 핵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날씨, 운송 지연, 법규 변화처럼 변수가 많은 공급망 운영은 기존 계획 시스템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블루욘더가 AI 에이전트를 앞세워 이 문제를 정면으로 풀겠다고 나섰다.
블루욘더의 생성형 AI 총괄 부사장 크리스 버쳇(Chris Burchett)은 최근 실리콘앵글 미디어의 인터뷰에서 자사 플랫폼이 하나의 공통 데이터 모델 위에 ‘엔드투엔드’ 공급망 운영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는 창고 운영, 물류 운영, 재고 운영을 담당하는 AI 에이전트가 이제 단순 모니터링과 분석을 넘어 사람과 함께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루욘더는 ICON 2026 행사에서 엔비디아($NVDA)와의 협력 확대를 발표했다. 핵심은 엔비디아의 네모트론(Nemotron) 모델 도입이다. 버쳇은 이 모델이 ‘기업용 수준’의 성능과 안정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테스트 결과 같은 급의 다른 모델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회사가 노리는 지점은 ‘인사이트와 실행’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창고에서 재고 배분 부족 문제가 발생하면 AI 에이전트가 우선순위를 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식이다. 공급망처럼 실시간 판단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이런 자동화가 운영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루욘더는 외부 대형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최적화 모델을 병행하는 ‘소유형 인텔리전스’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내부 작업에는 더 작고 가벼운 모델이 더 빠르고 저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쳇은 직접 학습한 모델을 활용하면 속도와 비용, 성능을 함께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전선의 대형 AI 모델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에이전트 내부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작업에는 소형 모델이 더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생성형 AI 도입 과정에서 겪는 토큰 비용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해법으로도 읽힌다.
블루욘더 플랫폼은 최근 클라우드 네이티브 구조로도 전환됐다. 회사는 이를 AI 네이티브 전략과 별개가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관계로 보고 있다. 데이터를 한곳에 통합해 두면 AI 모델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만큼 공급망 의사결정도 빨라질 수 있어서다.
버쳇에 따르면 에이전트 기술을 활용해 기존 온프레미스 고객을 새로운 인지형 플랫폼으로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줄었다. 과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던 작업이 이제는 며칠 수준으로 단축됐고, 일부 고객은 72시간 만에 효과를 확인했다고 그는 전했다. AI 기반 공급망 전환이 더 이상 대형 프로젝트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공급망 운영에 AI를 본격 투입하려면 거버넌스가 필수다. 공급망은 여러 국가와 지역을 넘나들기 때문에 데이터 규제와 법적 요건이 복잡하다. 블루욘더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데이터가 해당 지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설계했고, 고객 데이터가 아닌 합성 데이터만 학습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또 각 고객의 모델 운영 환경을 분리해 한 고객의 데이터나 모델 인스턴스가 다른 고객과 섞이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AI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사람의 개입’이 완전히 사라지기보다, 규제와 책임 관리 차원에서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블루욘더는 앞으로 사용자가 AI 에이전트의 자율적 판단을 점차 신뢰하게 되고, 나아가 에이전트끼리 서로 협업해 더 넓은 범위의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창고나 운송처럼 개별 영역 중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공급망을 연결하는 형태로 발전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발표는 AI가 단순한 분석 도구를 넘어 실제 운영 시스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공급망처럼 변수와 비용 압박이 큰 산업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가장 빠르게 실전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AI가 얼마나 똑똑하냐보다,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현장 문제를 해결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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