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소프트웨어는 저평가, 비상장 AI는 최고가…투자자들 ‘실적 검증’ 시험대

| 손정환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10년 내 최저 수준에 머무는 반면, 비상장 AI 스타트업 몸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성장주 투자자 입장에서는 두 시장이 보내는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해석해야 하는 까다로운 국면이다.

크런치베이스 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파이어벤처스의 파트너 안데르스 라눔(Anders Ranum)은 지금이야말로 숫자보다 ‘기업 운영에 얼마나 깊게 스며들었는지’를 봐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약 15년간 사파이어벤처스에서 B2B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보안, 산업 인프라 투자를 맡아왔으며, SAP에서도 12년간 제품 관리와 전략 업무를 담당했다. 최근 투자처로는 랭체인(LangChain), 워크OS(WorkOS), 산업용 AI 플랫폼 트랙션(Tractian) 등이 있다.

라눔은 현재의 공개시장과 비상장 시장 간 격차가 “그동안 본 적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의 멀티플이 크게 낮아졌어도 총마진, 잉여현금흐름, 순매출유지율(NRR)은 오히려 개선됐다고 짚었다. 시장이 AI로 인한 장기적 교란 위험을 광범위하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기업 가치를 만들어내는 회사들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순매출유지율 같은 전통 지표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후행지표’ 성격이 강해졌다고 봤다. 고객이 제품에서 가치를 얻고 있는지는 보여주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제품을 다른 것으로 바꿨을 때 실제 업무 차질이 생기느냐는 점이라는 것이다. 기업 운영에 깊숙이 자리 잡아 대체 비용이 큰 소프트웨어가 더 강한 방어력을 갖는다는 의미다.

“M&A 얼어붙지 않았다”…2026년 대형 기술 IPO 기대감

기술업계의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환경에 대해서도 시장의 비관론과는 다소 다른 해석을 내놨다. 라눔은 소프트웨어 M&A가 2025년에 오히려 뚜렷하게 회복됐다고 강조했다. 거래 금액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3340억달러로, 원화 기준 약 498조7152억원 규모다. 전체 거래 건수는 678건에 달했다. 그는 자사 포트폴리오에서도 최근 6개월 동안 6건이 넘는 인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달라진 것은 거래 성사 여부보다 ‘가격’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밸류에이션 재조정은 진행 중이지만, 거래 자체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IPO 시장에 대해서는 2026년이 ‘역사적인 해’가 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스페이스X의 상장, 앤트로픽의 상장 서류 제출, 오픈AI의 상장 추진 가능성을 거론하며 향후 몇 달 사이 기술업계 역사상 최대급 IPO가 연이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보다 아래 단계의 기업들은 여전히 더 엄격해진 상장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2027년 이후를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후기 단계 투자에서는 매출 성장만이 아니라 수익성과 마진 구조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상장과 M&A가 모두 가능한 ‘선택지’를 확보해야 하고, 그 사이에는 세컨더리 시장이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유연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AI 대 SaaS가 아니라 AI 더하기 SaaS”

모든 소프트웨어 기업이 AI를 내세우는 환경에서 전통적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여전히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라눔은 ‘AI 대 SaaS’ 구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선을 그었다. 핵심은 AI를 더한 SaaS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SaaS 모델이어서가 아니라, 시장이 ‘증명하라’는 태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잉여현금흐름을 보여주고, 흑자 전환 경로를 제시하며, AI가 실제로 어떻게 수주와 매출 확대에 기여하는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AI를 붙였다고 해서 주가나 기업가치가 오르던 시기는 지나갔고, 이제 시장은 ‘수익화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투자 판단 기준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사람이 대부분의 작업을 수행하고 소프트웨어가 이를 기록하거나 흐름을 관리하는 ‘시스템 오브 레코드’나 워크플로 솔루션에 투자했다면, 이제는 시스템이 실제 업무 일부를 직접 수행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순 기능 추가가 아니라 가치 창출 방식 자체를 바꾸는 변화라는 것이다.

거대 기업 확장에도 살아남는 조건은 ‘깊은 내재화’

대형 AI 모델 기업과 데이터 플랫폼 기업들이 보안, 오케스트레이션, 신원관리 등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는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어떻게 경쟁우위를 지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라눔은 ‘분화’와 ‘통합’이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가장 유망한 회사는 특정 카테고리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사의 실제 업무 프로세스가 자사 제품을 통해 돌아가도록 만들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위에서 기업의 핵심 워크플로가 오케스트레이션되면 쉽게 대체되기 어렵고, 주변에서 대형 기업이 유사 기능을 내놔도 방어력이 생긴다는 논리다.

기업 고객의 구매 기준도 분명해지고 있다. 라눔은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이사회가 AI 예산의 투자수익률(ROI)을 더 강하게 따지기 시작하면서 보안, 거버넌스, 컴플라이언스, 감사 가능성이 ‘있으면 좋은 기능’이 아니라 도입의 전제 조건이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용 예측 가능성이 중요해졌으며, 대규모 도입 시 얼마가 들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공급업체가 실제 계약을 따내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현장의 진짜 AI 수요…휴머노이드보다 예지보전

실리콘밸리의 관심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쏠려 있지만, 라눔은 단기적으로 실질 수요가 발생하는 곳은 보다 제약이 뚜렷하고 가치가 분명한 산업 현장이라고 봤다. 포장, 피킹, 검사, 유지보수 같은 작업은 인건비 구조가 명확하고 배치 위험이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해 지금 실제 계약이 체결되는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트랙션 사례를 들어, 전 세계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이 예기치 못한 설비 중단으로 연간 매출의 약 11%를 잃고 있다고 짚었다. 이는 매우 크고 측정 가능한 문제다. 트랙션은 센서 하드웨어와 AI를 결합해 장비 고장의 초기 징후를 탐지하는데, 고객은 계약 전부터 예방 효과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플랫폼 성능이 개선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휴머노이드 시대는 결국 오겠지만, 당장은 ‘전부 아니면 전무’ 식 접근보다 구체적 작업부터 하나씩 자동화하는 점진적 전략이 더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시장도 이미 그런 해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산업 AI의 승부처는 ‘기존 설비 위 스마트 소프트웨어’

중후장대 산업과 제조업은 변화 속도가 느린 만큼, 스타트업이 30년 된 공장 설비를 통째로 교체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라눔은 산업 기술 분야의 더 큰 기회가 완전히 새로운 자율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것보다 기존 인프라 위에 ‘똑똑한 소프트웨어’를 � TP AI 유의사항 TokenPost.ai 기반 언어 모델을 사용하여 기사를 요약했습니다. 본문의 주요 내용이 제외되거나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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