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제와 거래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를 금융안정 리스크로 지목했다. 인간이 모든 행동을 승인하는 기존 통제 방식만으로는 결제, 시장 거래, 사이버 위험을 관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라 브리든(Sarah Breeden) 영란은행 금융안정 담당 부총재는 6월 30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중앙은행 포럼 연설에서 “AI가 금융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기술 충격이 금융안정 시험대가 되지 않도록 중앙은행이 더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브리든 부총재는 최신 AI 모델이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작업 길이의 배증 시간이 2019년 약 7개월에서 2024년 약 4개월로 짧아졌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가 요청에 따라 콘텐츠를 만들던 단계에서 추론형 AI를 거쳐, 여러 행동을 자율적으로 연결하는 에이전틱 AI로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금융의 핵심 기능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영란은행 연설문은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와 판매자를 대신해 결제하고, 금융시장에서 거래 전략을 만들고 실행하며, 사이버 취약점을 찾아 연결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는 AI 에이전트 경쟁이 기업 시스템으로 이동한 흐름과도 맞물린다.
브리든 부총재는 가장 가까운 금융안정 우려로 사이버 역량 변화를 들었다. 방어자에게는 회복력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공격자에게는 금융기관과 시장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의 속도와 정교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란은행 금융정책위원회(FPC)도 7월 기록에서 프런티어 AI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더 큰 규모와 여러 단계에 걸쳐 식별·악용할 수 있다고 적었다.
거래 영역에서는 동조 행동이 쟁점으로 제시됐다. AI 에이전트가 같은 프롬프트나 촉발 조건에 비슷하게 반응하면 스트레스 국면에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브리든 부총재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서로의 행동을 학습하는 다회차 스트레스 시뮬레이션 경험을 언급하며, AI 에이전트 설계가 군집 행동을 유발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결제와 커머스도 규제 공백이 드러나는 지점으로 꼽혔다. 소비자와 판매자는 아직 주로 추천 단계에서 AI 에이전트를 쓰지만, 기술 기업과 결제 시스템, 판매자는 마지막 거래 실행 단계까지 자동화하려 하고 있다. 브리든 부총재는 사용자가 에이전트에 동의와 권한을 어떻게 안전하게 부여할지, 오류·사기 거래의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 결제 프로토콜이 폐쇄적으로 쪼개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가 규제와 표준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 발언을 두고 영란은행이 에이전틱 AI에 맞춘 별도 규제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도했다. 다만 이번 연설은 확정된 규제안이 아니라 정책 문제 제기다. 영란은행은 기존 기술중립 규제 틀이 자율형 에이전트를 상정하지 못했고, 모든 에이전트 행동에 인간을 개입시키는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크립토 시장과의 직접 연결고리는 아직 제한적이다. 연설의 초점은 비트코인(BTC)이나 토큰 가격이 아니라 AI가 결제, 거래, 사이버 복구 체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다만 에이전트 기반 결제와 자동화된 거래 실행이 확산될 경우, 알고랜드 엑스402 정산처럼 AI 결제 인프라를 다룬 논의도 감독·책임·감사추적 문제와 함께 검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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