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요금이 2020년 이후 5년 사이 28.7% 올랐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전력망 투자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전체 부문 평균 전기요금은 2020년 kWh당 10.59센트에서 2025년 13.63센트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거용 전기요금은 13.15센트에서 17.30센트로 올라 상승률이 31.6%에 달했다.
부문별 격차도 뚜렷했다. 2025년 기준 상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3.41센트, 산업용은 8.62센트, 운송용은 13.83센트였다. 산업용 고객은 대량 전력을 고전압으로 공급받는 경우가 많아 단가가 낮지만, 제조업에는 전기요금과 용량요금이 원가에 직접 반영된다.
지역별 차이는 더 컸다. 2025년 전체 부문 평균 전기요금은 하와이가 kWh당 35.72센트로 높았고, 노스다코타는 8.20센트였다. 2026년 6월 월별 표에서도 워싱턴 D.C.는 23.12센트, 노스다코타는 9.01센트로 격차가 이어졌다. 같은 달 미국 전체 평균은 14.48센트였다.
전기요금 상승 원인은 하나로 좁히기 어렵다. EIA는 발전용 연료, 발전소 건설·운영비, 송전·배전망 비용, 날씨, 규제 구조가 전기요금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전력요금은 단순한 전력 생산비가 아니라 피크 수요에 대비한 설비 확보 비용과 전력망 유지 비용까지 함께 반영하는 구조다.
데이터센터는 이 구조에 새 압력을 더했다. EIA는 2026년 3월 분석에서 미국 전력수요가 2020~2025년 연 1.7% 늘었고, 2026년 1.9%, 2027년 2.5% 증가할 것으로 봤다. 수요가 공급보다 빨리 늘면 도매 전력가격 급등이나 순환정전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 전망에서도 데이터센터의 존재감은 커졌다. EIA는 AEO2026에서 데이터센터 부하를 미국 전력수요 성장의 지배적 동력으로 봤다. 전력수요가 지난 5년간 연 2.1% 증가했으며 2050년까지 연 0.9~1.6%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시했다.
제조업체들은 이미 비용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 로이터는 오하이오의 벨든 브릭(Belden Brick) 전기요금이 지난해 90% 뛰었고 월 용량요금이 1,600달러에서 1만2,000달러로 올랐다고 전했다. 같은 기사에서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5년 12월 기준 전년 대비 각각 31%, 26%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용량요금은 전력망이 최대 수요에 대비해 발전 설비를 확보하도록 지급하는 비용이다. 전력 사용량 자체가 늘지 않아도 지역 피크 수요가 커지면 제조업체와 일반 고객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한꺼번에 들어서는 지역에서 요금 논쟁이 커지는 이유다.
반론도 있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대규모 전력 수요가 그동안 미뤄진 송전망 투자를 촉진하고 있으며, 비용 상승은 발전소 폐쇄와 송전 제약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력망 운영사 PJM 측도 데이터센터가 발전 설비보다 빠르게 늘면서 수요가 공급보다 빨리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대응은 비용 전가 차단에 맞춰지고 있다. 텍사스는 데이터센터의 신규 계통연계를 중단하고 실제 전력 수요를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는 9월 1일 중서부·중대서양·남부 일부 지역에서 대형 전력사용자 요청이 700GW를 넘었다고 전했다. 이 요청 중 상당 부분은 중복되거나 실제 건설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펜실베이니아주는 GRID 기준에서 주 정부 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받으려는 데이터센터 개발사가 신규 발전·송전·배전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했다. PPL 일렉트릭(PPL Electric)은 2월 3일 성명에서 전기요금 상승의 주요 원인은 에너지 공급비용이며, 자사 고객의 공급가격이 최근 5년 동안 200% 넘게 올랐다고 밝혔다.
미국의 논쟁은 세제 혜택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본지는 앞서 미국 50개 주 가운데 36개 주가 데이터센터 개발에 세제 인센티브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금 감면이 초기 투자비를 낮추는 동안 전력망 보강 비용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가 다음 쟁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력망 비용 배분 문제는 이미 산업 현안으로 번지고 있다. 본지는 한국전력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3년 치 전기요금 선납을 두고 금리 조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모두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전력망 투자 재원 논의와 맞닿아 있다.
미국 전기요금 논쟁은 AI 인프라 확장, 전력망 투자, 제조업 원가가 한 지점에서 만나는 문제로 번졌다. 텍사스는 계통연계 요청을 재점검하고 있고, 펜실베이니아는 데이터센터 개발사의 인프라 비용 부담 기준을 제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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