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 'AI 거의 확실히 버블'…제빙 '파열 아니다'

| 이도현 기자

켄 그리핀(Ken Griffin) 시타델(Citadel) 창립자가 인공지능(AI) 투자는 '거의 확실히' 버블 상태라고 경고했다. 같은 시기 베를린에서 열린 글로벌 대화 행사 현장에서는 크리스티안 제빙(Christian Sewing) 도이체방크($DB) CEO가 버블 파열 진단에 선을 그었고, 래리 핑크(Larry Fink) 블랙록($BLK) CEO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록템포는 그리핀의 발언이 AI 설비투자를 언제 회수할 수 있느냐는 시장의 불안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제빙 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단기간에 자산 가격이 급변할 것이라는 우려에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 요인에서 비롯된 지속적 변동성과 버블 파열을 구분했다.

제빙 CEO는 규제 체계만 제대로 갖춰지면 산업용 AI가 독일에 '세기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개별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는 있지만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시나리오는 자신의 핵심 전망이 아니라는 취지다.

핑크 CEO는 같은 행사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하며 데이터센터 건설을 서두르지 않으면 높아진 연산 비용 때문에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완공을 앞당겨 연산 자원 공급을 늘려야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기술 인프라 구축 속도를 늦추면 경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핑크 CEO는 민간 자본이 풀린 뒤 자본을 둘러싼 경쟁이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치열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블록템포는 이 발언이 버블 논쟁을 공급 병목의 문제로 바꿔 놓았다고 짚었다. 위험이 '너무 많이 짓는 것'이 아니라 '너무 느리게 짓는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티브 키아바로네(Steve Chiavarone) 페더레이티드 허미스(Federated Hermes) 글로벌 주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 로 인터뷰에서 버블 우려가 방향은 맞을 수 있으나 시점이 '수년 이르다'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에는 3~4년이 더 걸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장이 지금도 누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금리가 어떻게 매겨지는지를 가려내고 있다고 짚었다. 버블 국면에서는 누구나 가장 싼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과 반대된다는 것이다. 신용 선별이 아직 작동한다는 의미로, 그는 무분별한 레버리지 확대가 벌어지는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AI 투자 열기를 닷컴 버블에 견주는 경고는 앞서도 나왔다. 본지가 전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관련 연구에서는 미국 증시의 AI 주도 상승세가 1999년 인터넷 버블 말기와 닮은 구조를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워처구루는 S&P500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이 40배를 넘어 닷컴 버블 당시 고점인 약 44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는데, 본지는 이 지표만으로 증시 폭락이 임박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짚은 바 있다.

핑크 CEO와 제빙 CEO는 버블 논쟁보다 재정 규율에 더 큰 우려를 나타냈다. 블룸버그는 미국 재정적자가 2조 달러(약 2,652조원)에 가깝고 미국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의 고점 부근에 있다고 보도했다. 핑크 CEO는 채권 수익률이 연방정부에 '정신 차리라'고 경고하고 있다며 적자의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빙 CEO는 프랑스 국채가 아직 부채 위기는 아니지만 예산 규율에 대한 경종이라는 취지로 전해졌다.

블록템포는 국채금리와 재정 논의가 긴축 쪽으로 움직일 경우 유동성 조건과 위험 선호가 함께 영향을 받기 쉽다고 짚었다. 고베타 기술주·반도체·가상자산이 같은 거시 흐름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매체는 월가가 지금 다투는 것이 '버블'이라는 꼬리표만이 아니라 연산 자원 공급, 자본 비용, 국채 위험 중 무엇이 먼저 제동을 거느냐라고 정리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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