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의 네트워크 수수료가 최근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래당 평균 수수료가 한때 200달러(약 28만 9,000원)를 웃돌던 것에 비해, 현재는 0.14달러(약 203원)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수수료 인하에 그치지 않고,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기술적 진화와 시장 구조 변화가 맞물려 발생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블록체인 데이터 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이더리움 메인넷에서의 평균 거래 수수료는 2024년 최고점이었던 35달러(약 5만 600원)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26년 1월 기준 1건당 0.14달러로 낮아졌다. 이 수치는 이더리움이 탄생한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러한 수수료 하락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더리움은 2021년 이후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되며 확장성 개선에 박차를 가해왔다. 특히 후사카(Fusaka), 덴쿤(Dencun) 등의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통해 처리 효율성과 블록당 용량이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밸리데이터(검증자)들이 블록당 가스 한도를 3,000만에서 3,600만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거래 처리 능력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줬다.
또한, 아비트럼(ARB), 베이스(Base) 등 레이어2 확장 솔루션 사용자 수가 늘면서 메인넷의 혼잡도가 완화된 측면도 있다. 암비어 월렛 공동 창업자인 이보 게오르기예프는 크립토뉴스에 “메인넷 거래 수수료가 낮아지면 사용자들이 더 많은 자산을 온체인에 올리게 되고, 사용자 경험(UX)도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수료 하락이 양자 암호 등 차세대 프로토콜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고도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수수료가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 메인넷의 거래량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리스크(Lisk) 리서치 총괄인 레온 와이드만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이더리움의 월간 거래량은 1,600만 건을 넘었다. 그는 “2021년의 거래 급증은 투기 수요에 기인한 반면, 현재는 실질적인 경제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더리움은 이제 같은 수수료로 세 배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거래 수수료 하락은 네트워크 보안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까? 유효성 검증자들이 수수료 수익에 의존해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레드스톤 공동 창업자인 마르친 카즈미에르차크는 “2022년 지분증명 전환 이후, 검증자는 주로 스테이킹 수익으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수수료 의존도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연 3% 수준의 스테이킹 수익이 이더리움 보안 유지에 충분하며, 수수료 하락은 오히려 오라클 데이터 수집과 같은 작업을 더 원활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더리움 수수료가 낮아진 배경에는 거시적인 시장 조정 국면도 작용하고 있다. 디파이 인프라 업체 팀이오(Tymio)의 창업자 게오르기 베르비츠키는 “수수료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며, 현재는 거래 수요가 줄어든 ‘시장 냉각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활동을 줄이고,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출시를 연기하며, 자금 유입도 보수적으로 바뀐 시기에는 거래량도 자연히 감소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더리움의 밸리데이터에게 지급되는 총 수수료 규모도 급감했다. 5년 전에는 주당 평균 2만 5,668 ETH, 즉 약 7,729만 달러(약 1,118억 원)에 달하던 것이 현재는 153 ETH, 약 45만 달러(약 6억 5,000만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만큼 검증자들의 주요 수익원이 변했음을 시사한다.
현재 기준으로 이더리움 가격은 2,714달러(약 392만 원)로, 하루 전보다 약 7.7% 하락했다. 1년 전과 큰 차이는 없지만, 2025년 8월 사상 최고치였던 4,770달러(약 689만 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금의 저렴한 수수료는 사용자에게 기회이자, 네트워크 입장에서는 확장성과 안정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향후 시장이 다시 과열될 경우 수수료가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실제 사용’을 중심으로 재편된 이더리움 생태계의 변화는 저렴한 수수료 이상을 의미하고 있다.
💡 수수료는 낮아졌지만, 분석력은 높여야 할 때… 토큰포스트 아카데미에서
이더리움 수수료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온체인 활동의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변화와 수수료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저렴함만 쫓는다면, 다음 불장이 왔을 때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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