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억 달러 탈취 vs ICO 해제…남북, 암호화폐 활용 '정반대 극단'

| 서지우 기자

한국은 ‘크립토로 부자’, 북한은 ‘무기’…양극단의 블록체인 활용법

한국과 북한, 두 국가는 암호화폐 산업에서 정반대 방식으로 세계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에서는 개방적이고 활기찬 장외시장이 형성된 반면, 평양에서는 고립된 독재 정권이 암호화폐를 국경 없는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암호화폐는 남한에서 개인 투자자와 정치 담론을 움직이고, 북한에서는 제재 회피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자금줄 역할을 한다. 같은 기술이지만 쓰임은 극도로 대비된다.

암호화폐로 ‘탈출구’ 찾는 청년들…정치도 움직였다

한국에서 암호화폐는 오랜 인터넷 문화와 개인의 금융 열망 속에서 자연스럽게 꽃피웠다. 아비트럼(ARB) 재단의 한국 책임자인 박종현은 “1990년대 후반 초고속 인터넷 도입과 함께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와 커뮤니티에 익숙해졌고, 암호화폐는 거기에 잘 녹아들 수 있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시간 노동과 제한된 수익 구조 속에서 ‘빠른 부’에 대한 판타지가 확산되면서 암호화폐는 MZ세대에게 진지한 선택지가 됐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메타버스 육성, ICO(가상자산공개) 금지 해제, 종합 가상자산법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며 이들의 표심을 얻었다. 이후 실각했으나, 윤 대통령의 퇴진 후 치러진 재선에서도 암호화폐는 주요 후보들의 핵심 공약이었고, 결국 친(親) 암호화폐 성향의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다.

테라 붕괴, 산업의 성장 ‘전환점’이 되다

2022년 테라폼랩스의 루나 폭락 사태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가상자산 정책의 기폭제가 됐다. 박종현은 “루나 붕괴 전까지는 한국이 세계적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이 컸다”고 회고했다.

이후 정부는 암호화폐 사용자 보호법을 시행했고, 보다 포괄적인 규제 틀 구축 작업도 있었다. 아직 규제 당국 간 협력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거래 열기와 규제 명확성은 충분한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 벤처 투자사 해시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전용 블록체인을 구축하며 전통 금융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고, a16z도 최근 서울에 아태 지역 전진기지를 세웠다. 솔라나(SOL), 앱토스(APT), 아비트럼(ARB) 등 주요 생태계도 한국 시장 중심 전략을 강화 중이다.

북한, ‘제재 회피용 인프라’로 암호화폐 활용

북한의 암호화폐 전략은 투자가 아니라 생존이다. 유엔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북한은 약 20억 2,000만 달러(약 2조 9,405억 원)어치 암호자산을 탈취했는데, 이는 추정 GDP의 약 13.5%에 해당된다.

다수의 사이버 공격을 주도한 북한의 국영 해킹 조직은 바이빗(Bybit) 해킹 등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보안 사고들에 연루돼 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북한이 탈취한 암호화폐 총액은 67억 5,000만 달러(약 9조 8,279억 원)에 달한다.

북한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 해커 활동 외에도, 가짜 이력서와 채용 사기로 외국 블록체인 기업에 침투해 장기적 자금 조달 루트를 만드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공격’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국가전략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에 가깝다.

포필라스의 강희창 전략총괄은 “북한에게 암호화폐는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며, 은행 없는 상태에서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금융 인프라”라고 분석했다.

FATF 긴급 대응…북한, 규제 강화 흐름 촉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25년 6월 보고서에서 북한을 ‘암호화폐 규제 시급성의 주된 원인’으로 직접 지목했다. 국가 간 송금 체계 외부에서 움직이는 암호자산의 위험성이 국가 안보 차원으로 확장되면서, 여러 국가들이 암호화폐 기업의 라이선스 요건과 자금세탁방지(AML)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의 활동은 규제 정책을 선도하는 ‘역설적 기여’까지 하고 있다. 산업 내부에서도 “북한이 생긴 틈을 이용하고 있지만, 그 틈을 메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한국, ‘김치 프리미엄’ 벗어나며 글로벌 중심으로

한편, 한국은 오랫동안 원화 기반 소매시장 규제로 인해 해외 연결성이 부족했고, 비트코인(BTC)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반복됐다. 이는 국내 계좌 위주의 AML 정책과 특정 은행과의 독점 계약 등 구조적 요인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폐쇄 구조가 완화되고 있다. 규제 당국과 대형 기관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진지하게 접근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자본 유입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것.

박종현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암호화폐는 기술 커뮤니티의 ‘이상한 취미’ 정도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테더(USDT) 같은 메이저 프로젝트들도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북한, 서로 다른 시스템 아래 암호화폐의 역할은 극단적으로 갈렸지만, 그 존재감은 세계 무대 어디서든 무시할 수 없다. 패쇄를 바탕으로 한 북한의 암호전략과, 개방과 제도를 기반으로 한 남한의 시장 성숙이 교차하면서, 암호화폐는 한반도의 또 다른 분단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 “한반도의 블록체인 양극단, 당신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한국은 이제 ‘김치 프리미엄’의 굴레를 벗고 글로벌 무대의 진지한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루나 사태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프로젝트에 속아 자산을 잃는 투자자는 여전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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