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개 L2 난립 속 ‘독자 스택’ 선언… 코인베이스 베이스, 옵티미즘 떠나 통합 아키텍처로 전환

| 서도윤 기자

코인베이스가 개발한 이더리움 레이어2 네트워크 ‘베이스(Base)’가 기존 옵티미즘(OP) 기반 기술 스택에서 벗어나, 자체 개발한 ‘통합(유니파이드) 아키텍처’로 전환한다. 레이어2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베이스가 독자 기술 스택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더리움 확장 전략 전반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베이스는 2023년 옵티미즘 체인으로 출범해 옵티미즘의 L2 기술 스택을 그대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베이스 개발팀은 최근 공식 발표를 통해 “외부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 통합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베이스는 옵티미즘 생태계의 한 체인에서, 독립적인 기술 스택을 가진 레이어2로 방향을 튼 셈이다.

베이스 측은 “통합을 통해 베이스가 네트워크용 소프트웨어를 패키징하고 배포하는 방식이 바뀐다”며 “앞으로 각 업그레이드마다 하나의 공식 배포판만 제공할 것이고, 네트워크 노드 운영을 위한 단일 ‘베이스 바이너리’만 배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옵티미즘 스택과 연동되는 구조 탓에 여러 구성요소를 따로 맞춰야 했지만, 통합 아키텍처에서는 베이스가 모든 코드를 단일 클라이언트로 묶어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전환은 베이스 네트워크의 핵심 구성 요소인 ‘시퀀서(sequencer)’ 구조도 단순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퀀서는 레이어2에서 트랜잭션 순서를 정리해 이더리움 메인넷에 제출하는 핵심 모듈이다. 베이스 엔지니어링 팀은 “통합 아키텍처를 적용하면 시퀀서의 복잡성이 줄어들고, 네트워크 검증자들이 트랜잭션을 정렬·처리하는 과정도 효율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곧 업그레이드 리스크를 줄이고, 장애 발생 시 대응 속도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4단계 로드맵… 노드 운영자, 새 클라이언트 의무 전환

베이스는 이번 전환 작업을 4단계 로드맵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구체적인 단계별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베이스는 “향후 몇 달에 걸쳐 노드 운영자들이 새 베이스 클라이언트로 갈아타야 향후 공식 업그레이드를 정상적으로 수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일정 유예 기간 이후에는 기존 옵티미즘 기반 클라이언트로는 베이스 메인넷을 온전히 운영하기 어렵게 되는 구조다.

이는 레이어2 네트워크로서 베이스의 ‘자기 주권’을 강화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자체 통합 아키텍처를 구축하면 코드 변경·업그레이드·버그 수정 등에서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옵티미즘의 공통 스택에서 벗어나는 만큼, 향후 두 생태계 간 기술 호환성이나 협력 구조가 어떻게 재정립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비탈릭 “기존 L2 비전 유효성 흔들려”… 베이스 “이제는 ‘이더리움보다 싸다’만으론 부족”

이번 베이스의 행보는 이더리움 레이어2 전략을 둘러싼 비탈릭 부테린의 최근 발언과도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이달 초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 L1 공동 창립자로서, 그간의 ‘레이어2 중심 확장론’에 한 발 물러선 듯한 입장을 내놨다.

부테린은 “L2들이 완전한 탈중앙화 모델로 전환하는 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동시에 “이더리움 L1 자체도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고, 네트워크 수수료 역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과거에 상정했던 L2의 역할과 비전은 더 이상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고, 새로운 경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테린의 메시지는 레이어2 팀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불러왔다. 단순히 ‘이더리움의 저렴한 실행 레이어’에 머물러서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이 크지만, 각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최종 모델은 여전히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베이스 창립자 제시 폴락(Jesse Pollak)은 이 발언에 대해 “이더리움 L1이 확장되는 것은 생태계 전체의 승리”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앞으로 레이어2들은 ‘이더리움보다 싸다’는 수준의 차별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레이어2가 단순 가스비 절감 수단을 넘어, 자체 앱·유저·유동성을 끌어들일 수 있는 독립형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다른 레이어2 창립자들은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이더리움 장기 로드맵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기존 비전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옵티미즘(OP), 아비트럼(ARB), 폴리곤(MATIC) 등 주요 레이어2 프로젝트들은 탈중앙화된 시퀀서, 롤업 지분 분산, 커뮤니티 참여 거버넌스 확대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강조한다.

128개 이상 이더리움 L2 난립… 베이스 선택이 던지는 메시지

레이어2 데이터 분석 사이트 L2비트(L2Beat)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이더리움 레이어2 네트워크는 128개를 웃돈다. 기술 구조, 거버넌스, 탈중앙화 수준은 제각각이지만, 거의 모든 프로젝트가 ‘더 싸고 빠른 이더리움’을 내세우며 사용자를 유치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스가 옵티미즘 기술 스택에서 벗어나 ‘베이스 전용 통합 아키텍처’를 들고 나온 것은, 레이어2가 단일 표준 위에서만 성장하던 초기 국면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는 레이어2들 간 기술 스택 차별화, 노드·시퀀서 구조 혁신, 자체 개발자 생태계와 앱 경쟁력이 더 중요한 변별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코인베이스라는 대형 거래소의 후원을 받는 베이스는 이미 디파이·NFT·온체인 소셜 등 다양한 온체인 애플리케이션을 유치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이번 통합 아키텍처 전환은 베이스가 단순한 ‘옵티미즘 계열 체인’이 아닌, 독자적인 기술 노선을 가진 레이어2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다만 옵티미즘과의 관계 재정립, 통합 클라이언트 전환 과정에서의 안정성 확보, 향후 탈중앙화 로드맵 구체화 등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이더리움 L1 수수료 하락과 함께 레이어2의 존재 이유 자체가 재검토되는 시점에서, 베이스의 이번 선택이 다른 레이어2 프로젝트들의 전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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