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1리터를 1토큰으로…블록체인 ‘석유 토큰화’ 실험 본격화

| 민태윤 기자

전쟁과 지정학 리스크가 촉발한 유가 급등은 ‘원유’가 여전히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는 핵심 실물자산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이런 가운데 블록체인 위에서 원유를 ‘토큰화’해 24시간 거래·결제까지 연결하겠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제디지털거래소(INDEX) 공동창업자 바론 라마레(Baron Lamarre)는 최근 코인데스크와 인터뷰에서 “원유 1리터를 1개 토큰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INDEX는 실물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트로(LITRO)’ 토큰을 발행해, 브렌트유(Brent)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대표 벤치마크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했다. 라마레는 페트로나스(Petronas)에서 트레이딩 총괄을 맡았던 인물로도 소개됐다.

라마레에 따르면 리트로는 2026년 3~5월 테스트넷과 제품 데모를 공개하고, 2027년 1월 공식 출시를 목표로 한다. 디지털자산 시장에 실체가 약한 ‘테마성 토큰’이 넘치는 상황에서, 프로젝트의 초점이 철저히 실물 원유에 맞춰져 있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6조 달러’ 원유 시장, 종이 서류와 90일 결제 지연

INDEX가 겨냥하는 문제는 원유 거래 인프라의 ‘낡은 관행’이다. 라마레 측은 글로벌 원유 시장 규모를 6조 달러(약 8,879조 원)로 추산하며, 거래가 여전히 서류 중심·다단계 중개 구조에 묶여 있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인 원자재 거래는 생산자, 트레이더, 은행, 청산기관 등이 길게 얽힌 공급망을 거치며 결제 완료까지 최대 90일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사이 대규모 자금이 묶이면서 유동성 부담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최근 중동 지역 분쟁 등으로 공급망이 흔들리고 변동성이 커진 점도 이런 병목을 더 두드러지게 만든다. 원유 파생상품 거래를 좌우해 온 CME, ICE 등 기존 거래소 중심 구조에서는 높은 증거금과 접근성 문제로 중소·중견 투자자나 거래 참여자가 사실상 주변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많다.

토큰화 흐름 자체는 이미 ‘현실자산 토큰화(RWA)’라는 이름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250억 달러(약 36조 9,950억 원)를 넘겼다는 추정도 나온다. 다만 현재 RWA의 다수는 미국 국채 등 ‘금융상품 토큰화’에 치우쳐 있어, 원유처럼 복잡한 물류·인수도(delivery)까지 수반하는 실물 원자재에 접목한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검증된 매장량만 토큰화…1:1 발행 구조

리트로의 핵심은 블록체인 상 ‘검증된 디지털 매장량(Verified reserves)’ 개념이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절차는 엄격하다는 게 라마레의 설명이다.

우선 원유 생산자가 INDEX 플랫폼에 ‘인증된 매장량’(certified reserves)을 담보로 제공(pledge)한다. 이후 독립 감사인이 원유의 수량, 진위, 소유권을 검증한 뒤에만 리트로 토큰이 발행된다. 물리적 원유는 생산자 시설 내에 보관되지만, 해당 원유의 법적 권원(title)은 디지털 방식으로 INDEX 시스템에 귀속시키는 형태로 설계했다.

라마레는 “감사와 검증을 거친 매장량만 토큰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토큰 발행은 반드시 실물 원유 물량과 1:1로 맞춘다고 밝혔다. 기술적으로는 이더리움(ETH) 확장 솔루션인 아비트럼(ARB) 위에서 구축 중이며, EVM(이더리움 가상머신) 호환 체인 전반과의 호환성도 열어두겠다는 방침이다.

현금·실물 인출(상환)까지…물류 자동화가 ‘승부처’

트레이더 관점에서 리트로가 내세우는 매력은 ‘24시간 유동성’과 상환(redemption)이다. 토큰 보유자는 현금으로 상환할 수 있고, 설계상으로는 실물 원유 인도도 가능하다는 게 라마레의 주장이다. 그는 “실물 원유 상환은 설계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INDEX는 ‘스마트 물류 라우팅 시스템’을 표방한다. 원유 등급 매칭, 선박·터미널 배정, 전자 선하증권(B/L)과 각종 인증서 발행, 인도 일정 조율을 자동화해 토큰의 디지털 소유권을 실제 인수도 프로세스에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사물인터넷(IoT) 센서, AIS 선박 위치 추적, AI 기반 최적화를 결합해 상환 요청부터 배송까지의 전 과정을 자동화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다만 이 지점이야말로 시장이 가장 엄격하게 검증할 대목이다. 원유는 보관·운송·품질 규격·관할권 이슈가 중첩된 자산인 만큼, 토큰의 유통과 실물 인도 사이 ‘마지막 1마일’이 구현돼야 실질적 신뢰를 얻을 수 있어서다.

MVP는 3월 말…은행 파트너십 협의 중

프로젝트는 아직 초기 단계다. 라마레는 현재 캐피털 유니온 은행(Capital Union Bank)과 뱅킹 파트너 합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최소기능제품(MVP1)은 2026년 3월 말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투자자·파트너 관련 계약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트로가 계획대로 출시되고, 검증·상환·물류까지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면 원유 시장의 거래·결제 방식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 전통 금융의 폐쇄적 인프라에서, 더 투명하고 상시 가동되는 블록체인 기반 레일로 일부 기능이 이동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만 실물 원자재를 온체인으로 옮기는 시도는 규제, 감사, 보관·물류 표준화라는 높은 문턱을 동시에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1년여의 실행력이 시장의 평가를 가를 전망이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전쟁·지정학 리스크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유가 여전히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는 ‘핵심 실물자산’임이 재확인됨

- 그러나 6조 달러 규모 원유 거래는 여전히 서류·중개·은행·청산기관 중심으로 돌아가 결제 지연(최대 90일)과 유동성 비효율이 구조적으로 존재

- RWA(현실자산 토큰화)는 성장 중이지만, 미국 국채 등 금융형 자산에 편중되어 ‘물류·인수도’가 필요한 실물 원자재 토큰화는 희소

💡 전략 포인트

- INDEX의 ‘리트로(LITRO)’는 “원유 1리터 = 토큰 1개”를 표방하며, 브렌트·WTI 벤치마크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

- 핵심 신뢰장치는 ‘검증된 매장량(Verified reserves)’: 생산자가 인증 매장량을 담보로 제공하고, 독립 감사가 수량·진위·소유권 확인 후에만 1:1로 발행

- 진짜 승부처는 ‘상환(redemption)과 마지막 1마일’: 현금 상환뿐 아니라 실물 인도까지 연결하려면 등급 매칭·선박/터미널 배정·전자 선하증권(B/L) 등 물류 자동화가 실제로 작동해야 함

- 로드맵 체크포인트: 2026년 3~5월 테스트넷/데모, 2026년 3월 말 MVP1 목표, 2027년 1월 출시 목표(은행 파트너십 협의 중)

📘 용어정리

- RWA(현실자산 토큰화): 부동산·원자재·채권 등 실제 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 토큰으로 표현해 거래/정산을 효율화하는 방식

- 벤치마크(Brent/WTI):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대표 유종(가격 지표)

- 상환(Redemption): 토큰을 다시 현금 또는 실물 자산(원유 인도)으로 교환하는 절차

- 권원(Title): 실물 자산에 대한 법적 소유권/권리의 귀속을 의미

- EVM/아비트럼(Arbitrum):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호환 환경 및 이더리움 확장(L2) 네트워크로, 앱을 이더리움 생태계와 유사하게 구현 가능

💡 자주 묻는 질문 (FAQ)

Q.

LITRO(리트로) 토큰은 정확히 무엇이고, 원유 가격과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LITRO는 ‘원유 1리터를 1개 토큰’으로 표현하겠다는 실물 원유 기반 토큰화 구상입니다.

설계상 브렌트(Brent), WTI 같은 대표 벤치마크 가격을 추종하도록 만들어, 온체인에서 원유 관련 익스포저(가격 노출)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Q.

“검증된 매장량만 1:1 발행”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토큰이 실제 원유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담보 없는 테마성 토큰’처럼 신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INDEX는 생산자가 인증된 매장량을 담보로 제공하고, 독립 감사인이 수량·진위·소유권을 확인한 뒤에만 토큰을 발행해 1:1 연동을 강제하겠다는 구조를 내세웁니다.

이는 “토큰 수량만 늘어나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줄이려는 장치로 해석됩니다.

Q.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변수(리스크)와 체크해야 할 일정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수는 ‘상환(현금·실물 인도)과 물류 자동화’가 실제로 구현되는지입니다.

원유는 보관·운송·품질 규격·관할권(규제) 이슈가 겹쳐, 토큰 거래와 실물 인수도 사이 마지막 단계(마지막 1마일)가 검증돼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정 측면에서는 2026년 3~5월 테스트넷/데모, 2026년 3월 말 MVP1 목표, 2027년 1월 공식 출시 목표 및 은행 파트너십 진행 상황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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