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로봇이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부를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논의도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파업 사태를 계기로 산업 현장의 자동화 압력이 다시 부각된 가운데, 노동과 소득의 기존 연결이 약해지는 시대에 새로운 분배 원리를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이 논의의 배경에는 기술 발전이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이른다. 동시에 국경과 시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디지털 실크로드 환경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웹 3.0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디지털 자산의 소유와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이용자가 자신이 만든 데이터의 권한을 더 직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적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웹 2.0 체계에서는 이용자가 검색, 소통, 소비 과정에서 쌓아 올린 데이터가 구글, 메타, 유튜브 같은 대형 플랫폼의 자산으로 축적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이 데이터는 다시 인공지능 학습의 재료가 되고, 그 성과는 주로 플랫폼 기업의 수익으로 돌아갔다. 이에 비해 디지털 기본소득 논의는 데이터와 참여가 만든 가치를 원래 기여한 이용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한다.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 경제를 구현하면, 참여자에게 디지털 토큰 형태로 보상을 나누는 과정을 비교적 투명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구상의 핵심으로 거론된다.
이 같은 구조를 현실적으로 시험해볼 수 있는 분야로는 K팝을 비롯한 K컬처가 자주 언급된다. K팝 팬덤은 단순히 음반과 공연을 소비하는 집단을 넘어, 2차 창작물 제작과 홍보, 번역, 커뮤니티 운영까지 맡는 적극적 참여층으로 진화해왔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 트리플S를 운영하는 모드하우스는 대체불가토큰(NFT) 포토카드와 연계한 투표권 구조를 통해 팬들이 그룹 운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했고,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여러 단위로 나눠 거래할 수 있게 하면서 팬이 소비자를 넘어 투자자로 참여하는 모델을 선보였다. 이는 팬의 참여를 단순한 충성도가 아니라 경제적 기여로 다시 해석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작곡, 작사, 영상 제작, 디자인, 번역, 마케팅, 커뮤니티 운영 같은 다양한 기여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수익이 발생하면 스마트 계약(사전에 정한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실행되는 디지털 계약)으로 자동 배분되는 구조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창작자와 기획사뿐 아니라 프로젝트 성장에 실제로 기여한 여러 참여자가 함께 성과를 나누는 방식이 열릴 수 있다. 특히 K팝 음악 저작권 시장에는 최대 22조 원 규모의 잠재 시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지금처럼 소수 사업자가 가치를 집중적으로 가져가는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물론 이런 구상이 곧바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이나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보편적 고소득처럼 재정 부담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둘러싼 반론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이 만드는 부를 어떻게 공정하게 배분할지, 또 인간의 노동과 참여를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가치화할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K컬처를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먼저 제도와 실험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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