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물거래소의 양대 축인 ICE가 무기한 선물 시장에 뛰어든다. 빠른 매매 결과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를 겨냥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확산한 거래 방식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행보다.
11월 4일 코인데스크 보고서 'ICE, 빠른 결과 좇는 개인투자자에 베팅(ICE is betting on retail's appetite for quick outcomes)'에 따르면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인 ICE는 10월 29일 트레이드[XYZ]와 미국 내 규제 시장에서 무기한 선물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트레이드[XYZ]는 대형 탈중앙화 무기한 선물 거래소인 하이퍼리퀴드에서 실물자산 기반 무기한 선물 시장을 개설하는 주요 사업자다. ICE는 트레이드[XYZ]의 규제 시장을 독점 운영하고 전략적 지분도 확보한다.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엑스에 처음 올린 게시물에서 "트레이드[XYZ]의 투자자가 돼 기쁘다"고 밝혔다. 하이퍼리퀴드의 HYPE 토큰은 합의 당일 약 20% 올랐다. 이번 거래를 다룬 보도도 폭넓게 이어졌다.
예측시장·당일 만기 옵션에 몰리는 개인투자자
미식축구와 야구는 개별 플레이가 이어지면서 팬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플레이마다 긴장감이 쌓이고 결과가 나온 뒤 다음 승부가 시작된다. 축구, 농구, 하키, 자동차 경주는 다르다. 경기 시간이나 남은 바퀴 수가 줄어드는 동안 지켜봐야 하며 극적인 장면이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금융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미식축구나 야구처럼 개별 거래의 결과를 빠르게 확인하는 경험에 점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계에서는 불확실한 보상이 자주 주어질 때 느끼는 끌림을 '변동비율 강화'라고 부른다. 일상적으로는 도파민을 찾는 행동에 빗댈 수 있다.
예측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가장 뚜렷한 사례다. 칼시는 10월 계약 거래량이 약 980억 달러로 월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거래 당일 만기를 맞는 옵션인 0DTE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기관투자자가 주로 거래하던 CBOE의 현금결제형 S&P 500 옵션에서는 7월 거래량의 3분의 2를 0DTE가 차지했다. CBOE는 이 가운데 절반을 개인투자자 거래로 추정한다.
지난 10년간 암호화폐 거래소가 대중화한 무기한 선물도 같은 범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암호화폐가 금융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로 평가한다. 투자자가 일정 담보를 맡기고 거래를 시작하면 이익을 실현하거나 시장이 예상과 반대로 충분히 움직였을 때 포지션을 청산당한다. 강제청산을 당해도 낙인이 찍히지 않으며 대개 추가 불이익도 없다. 보험기금과 다른 안전장치가 담보 부족분 대부분을 흡수하고 거래소는 고객의 재거래를 유도한다.
기관 중심 사업에서 개인투자자 시장으로
이번 진출의 목표가 개인투자자라는 점은 보도자료에도 명시돼 있다. 원유, 커피, 코코아, 면화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는 ICE의 기존 고객은 무기한 선물에 관심을 둘 이유가 적다. 이들은 특정 미래 시점에 적용할 가격을 미리 확정하려 한다. 이런 목적에는 만기가 정해진 전통 선물이 더 적합하다.
ICE는 개인투자자에게 상품을 공급하기 위한 OKX와의 합작사업과 주식 토큰화 계획을 바탕으로 무기한 선물 시장 경쟁에 나선다. 뉴욕증권거래소와 그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고객 접점에는 선물중개회사인 FCM을 두고 하부에는 하이퍼리퀴드 인프라를 활용한다. 여기에 기존 기관용 청산소와 분리된 ICE 운영 청산 체계를 결합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구조는 미국의 기존 하이퍼리퀴드 이용자가 음지에서 벗어나 익숙한 거래 환경과 적어도 유사한 규제 시장으로 이동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별도의 청산 체계는 이 시장에서 강제청산을 예외적인 사건보다 일상적인 절차로 다룰 가능성도 시사한다. 이를 통해 기존 이용자 경험을 유지하려는 구상으로 읽힌다.
이 같은 거래 구조에 암호화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트레이드[XYZ]는 주식, 원자재, 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기한 선물이라는 낯선 거래 방식에 암호화폐라는 진입 장벽까지 더하면 이용자 확보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기한 선물 방식으로 주식이나 원자재를 거래하려는 잠재 수요가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개별 주식 무기한 선물 허용…경쟁은 이미 시작
이런 흐름에 맞춰 마이클 셀리그 CFTC 위원장은 11월 3일 개별 주식 무기한 선물을 처음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CFTC에 등록한 거래소 가운데 증권선물 거래를 위해 SEC에도 신고 등록을 마친 곳이다. ICE 퓨처스 US는 9월 30일 해당 등록을 신청했다. 이는 SEC와 CFTC의 규제 조율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보고서 필자는 두 기관의 조율 역시 암호화폐가 금융에 기여한 중요한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ICE와 트레이드[XYZ]가 구상을 실현하려면 추가 규제 절차가 남아 있다. 그사이 칼시와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다른 무기한 선물 거래 플랫폼은 이미 서비스를 운영하며 성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관 고객에 주력해 온 ICE가 이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트레이드[XYZ]와의 거래에 쏠린 관심은 시장이 낙관적인 기대를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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