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경고…“통화주권 위협”

|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확산에 우려를 표하며, 통화 정책과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 차단을 위해 국회의 적극적인 규제 입법을 촉구했다.

한국은행은 8월 20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자료를 통해, 현재 일부 국내 금융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외환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하면서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 사안은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C의 발행사 서클이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연쇄 면담을 예고한 시점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금융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특정 법정통화(예: 달러, 원화)에 가치를 연동시켜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한국은행은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유통될 경우, 광의 통화량이 증가하고 통화 대체 현상이 발생해, 국내 통화정책의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원화 대신 디지털 달러가 국내에서 사용되면 중앙은행의 금리 조정이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자기자본 요건을 인터넷 전문은행 수준인 250억 원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회 내 일부 의원들이 제안한 5억~50억 원 자기자본 기준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시스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제안된 것이다. 아울러 발행량에 따라 차등 규제를 적용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에 준하는 새로운 감독 체계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한국은행은 향후 디지털화된 금융 환경에 대비해 관련 정책 결정을 담당할 법정 정책협의기구를 구성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한국은행이 참여하여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요건, 준비자산 구성, 발행량 상한선 등을 일괄적으로 관리하자는 제안이 담겼다.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금융통화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도 고려 대상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접목한 디지털 금융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상용화 의지를 밝히며, 예금토큰을 통한 유통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스테이블코인과의 공존을 전제로, 은행들이 직접 참여해 금융 혁신을 주도하게 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디지털자산과 전통 금융이 점차 융합되면서, 금융통화당국이 제도적 대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환자유화 수준이 낮은 국내 환경에서 스테이블코인 확산은 정책 당국의 통화통제가 흔들릴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제도 정비 논의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