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우드 제퍼리스 글로벌 주식 전략 책임자가 양자컴퓨팅 기술의 보안 위협을 이유로 비트코인(BTC)을 모델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그는 대신 금 실물과 금광업 주식으로 비트코인 비중을 대체하며,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위치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우드는 4년 이상 유지해 온 포트폴리오 내 비트코인 10% 비중을 없애고 금 관련 자산으로 대체했다. 그는 최근 발행한 자사 리포트 ‘Greed & Fear’에서 “비트코인이 양자컴퓨터에 의해 위협받는 현실이 수년 내 도래할 수 있다”며 “암호학적 기반이 무너지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본질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전통 금융권의 주요 전략가 중 한 명이 비트코인을 명백히 외면한 첫 사례로, 양자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반영한다. 우드는 특히 “이제 양자컴퓨팅 위협이 ‘10년 후’가 아닌 ‘몇 년 내 현실화’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양자컴퓨팅이 암호화폐의 핵심인 암호 기술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업계 내부에서도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캐슬아일랜드벤처스의 닉 카터는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양자 리스크를 부정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2030년까지 기존 암호체계 사용 종료’ 계획과 양자컴퓨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블록스트림 CEO 애덤 백은 “커뮤니티는 시장의 불안을 피하려 조용히 대비 중”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걱정만 키우려는 발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카터는 “ECC(타원곡선암호)를 깨는 양자컴퓨터 개발에 수백억 원 규모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경고를 이어 갔다. 솔라나(SOL) 공동창업자 아나톨리 야코벤코도 “향후 5년 내 50% 확률로 양자 기술이 크게 진보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의 서명 체계 전환 필요성을 주장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현재 유통 중인 비트코인의 약 30%가 양자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코인베이스 투자리서치 대표 데이비드 두옹은 트랜잭션 내 공개키가 노출되는 구조를 가진 과거 주소(P2PK 등)나 일부 탭루트 주소에 약 651만 BTC가 존재한다고 추산했다.
윤리 해커 출신이자 나오리스 프로토콜 CEO인 데이비드 카르발류는 “‘Q-데이’가 3~5년 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토시가 보유 중인 미이동 지갑을 포함한 해당 주소의 비트코인은 모두 뚫리고 다시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대형 기관도 점차 불안을 공유하고 있다. 블랙록은 최근 상장한 비트코인 현물 ETF(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 투자설명서에 양자 위협을 명시했으며, 테더 CEO 파올로 아르도이노 역시 “활성 주소는 향후 양자 대응 주소로 자금을 이전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다만 아르도이노는 “현재 양자컴퓨터의 기술력은 비트코인의 암호를 실제로 깨기에는 아직 먼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양자 보안 논쟁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여전히 9만 7,000달러(약 1억 4,330만 원)선에서 거래 중이다. ETF로의 자금 유입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 커스터디 업체 언체인드의 시장조사 책임자 티모 라마레는 “ETF 보유자들의 실현 가치 대비 시장 가치(MVRV)가 1.0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밑으로 떨어지면 투자 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4년에도 상당수 ETF 보유자들이 손실 구간에서 버티며 회복을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라마레는 또 “2026년 팬데믹 시기 발행된 9조 달러(약 1경 3,279조 원) 규모 부채가 만기 도래하면서, 미국의 연간 이자 부담이 1조 달러(약 1,475조 원)를 넘을 수 있다”며, 비트코인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거시 환경을 전망했다.
우드의 비트코인 이탈은 전통 자산인 금의 방어 역할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역사적으로 검증된 금이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위협에 대한 선제 대응과 커뮤니티의 공통된 해법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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