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모으고, 시장은 식고…XRP 엇갈린 신호

| 박현우 기자

XRP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자, 이른바 ‘고래’의 매집이 최근 10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블록체인 매체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고래들은 30일 이동평균 기준 하루 1,100만 XRP 이상을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도 72% 급증했으며, 거래소에서의 순유출이 확대되면서 단기적인 매도 압력이 완화되는 흐름이 포착됐다. 이러한 공급 축소는 가격 상승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 수요 확대와 SWIFT 연계 기대

기관 자금의 유입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26년 들어 XRP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약 4,100만 달러가 순유입되며 제도권 투자자의 참여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약 1.35달러 부근에서 헤지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리플의 기업용 자금 관리 플랫폼 ‘리플 트레저리(Ripple Treasury)’가 국제 금융 메시지 네트워크인 SWIFT의 공식 인증 파트너로 포함된 점도 주목된다. 해당 플랫폼은 SWIFT의 ‘얼라이언스 라이트2(Alliance Lite2)’와 통합돼 기업과 금융기관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 블록체인 기반 자산(XRP, RLUSD 등)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XRP 원장(XRPL)이 기존 금융 인프라와 연결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리플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XRPL이 향후 5년 내 SWIFT 거래량의 약 14%를 처리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전망은 가정에 기반한 추정치로, 실제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투자 심리 둔화와 기술적 약세 신호

긍정적인 수급 변화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가격 흐름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체인 데이터 제공업체 샌티먼트에 따르면 XRP와 스텔라(XLM)의 소셜 도미넌스는 3월 말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둔화되고 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약세 신호가 감지된다. XRP 선물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약 22억6,000만 달러로 감소했으며, 펀딩비 역시 -0.0005%로 전환돼 시장 참여자들의 하락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기술적으로도 XRP 가격은 50일, 100일, 200일 지수이동평균선 아래에서 거래되며 하락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

현재 주요 지지선은 1.30달러 부근으로, 이 수준이 붕괴될 경우 약 0.97달러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반등을 위해서는 5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42달러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분기점으로 지목된다. 일부 분석가들은 저항선 돌파 시 1.40달러와 1.60달러 구간까지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전망에 해당한다.

이벤트 기대와 구조적 의미

한편 일본에서 예정된 ‘XRP 도쿄 2026’ 콘퍼런스도 시장의 기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당 행사에서는 XRPL 생태계의 발전, 자산 토큰화, 기업용 디파이(DeFi) 확장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리플을 비롯해 SBI 리플 아시아, a16z 크립토, 시큐리타이즈 재팬 등 주요 기관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XRP 시장은 고래 매집과 기관 참여 확대라는 긍정적 신호와 투자 심리 둔화 및 기술적 약세라는 부정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에 놓여 있다. 이 구조는 단기적인 변동성 속에서도, 기존 금융 인프라와의 연결 가능성이 장기적인 가치 평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