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분석원이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가상자산 업계의 부담 논란이 커지자 오는 13일 업계와 만나 현장 의견을 직접 듣기로 했다. 자금세탁 방지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거래 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신고 의무가 지나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5월 1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회의를 연다. 이번 논의는 지난 3월 입법예고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성격이 짙다. 앞서 닥사는 4월 29일 국내에서 신고 수리된 가상자산 사업자 27곳의 의견을 모아, 개정안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목은 1천만 원 이상 가상자산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사업자가 금융정보분석원에 의심거래보고(STR·자금세탁이 의심되는 거래를 보고하는 제도)를 해야 하도록 한 부분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 기준이 실제 거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법인 고객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들어오면 거래 단위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 금액 기준만으로 광범위하게 보고 의무가 생기면 정상 거래까지 대량 신고 대상으로 묶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들은 제도 시행 이후 실무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추산으로는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의심거래보고 건수는 지난해 기준보다 85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의심거래보고는 본래 자금세탁이나 불법 자금 이동 가능성을 선별해 당국에 알리는 장치인데, 보고 대상이 급격히 늘어나면 사업자의 인력과 시스템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감독당국 역시 실제 위험 거래를 가려내는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업계는 이 밖에도 고객확인정보 검증 의무를 가상자산 사업자에 추가로 부과하는 문제, 해외 사업자 위험도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자금세탁 방지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취지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법률에 명확히 없는 의무가 시행령 단계에서 확대되고 다른 금융권과 비교해 규제가 더 엄격해지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회의는 규제 강화와 시장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가상자산 제도를 제도권 금융 수준으로 정비하는 과정에서 세부 규제의 강도와 적용 방식이 다시 조정되는 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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