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규제 당국의 단속 강화 속에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안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 전문가들은 테더(USDT)와 서클의 USD코인(USDC)이 사실상 안정 자산이 아닌 ‘헤지펀드형 구조’를 띤다고 지적했다.
런던에서 열린 ‘디지털 머니 서밋 2026’에서 독일 자산운용사 유니온 인베스트먼트의 디지털자산 책임자 크리스토프 호크(Christoph Hock)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금 구조가 본질적으로 법정화폐 연동 자산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테더와 USDC의 준비금이 달러 기반 예치금이 아닌 금과 비트코인(BTC) 등 변동성 자산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호크는 “솔직히 말해 현재의 스테이블코인은 ‘진짜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다”라며 “테더는 금과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투기성 펀드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USDC 역시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러한 자산 구성은 투자자에게 예상보다 큰 리스크를 전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토크노믹스가 취약해 시장 충격 시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USDC는 과거 디페깅(가격 이탈) 사태를 겪으며 안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2024년 3월 USDC는 시장 전반의 매도세 속에서 세 차례 0.74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약 1,109원 수준으로, 법정화폐 1달러(약 1,498원) 고정을 전제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의 기대를 크게 벗어난 수치다. 앞서 2023년에도 관련 은행 파산 여파로 USDC 가격이 0.87달러까지 떨어지며 약 13% 디페깅이 발생했다.
호크는 이러한 사례를 언급하며 “단기 현금 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13% 손실은 ‘재앙적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문제가 발생하면 납세자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테더의 준비금 운용 방식은 비판의 핵심이다. 2026년 1월 기준 테더는 약 148톤 규모의 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230억 달러(약 34조 원)에 달한다. 이는 일부 국가를 웃도는 수준으로, 글로벌 금 보유 상위 30위권에 해당한다.
호크는 이러한 자산 구성이 기업 재무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유입시킨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현금 대체 수단이어야 하지만, 현재 구조는 ‘보이지 않는 헤지펀드’에 가깝다”며 “리스크가 스테이블코인 이용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 당국이 미인가 디지털 자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투명성과 안정성 문제는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여전히 핵심 유동성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지만, 기관 투자자 관점에서는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이 본래 약속했던 ‘법정화폐와 동일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규제와 시장 신뢰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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