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세계적으로 더 널리 쓰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이 다른 나라 금융여건에 미치는 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연방준비제도 고위 인사의 진단이 나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2026년 5월 31일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콘퍼런스 연설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받아들이는 국가는 사실상 달러화 고정환율제를 채택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광범위하게 쓰는 국가는 미국의 자금조달 비용을 함께 들여오는 셈이며, 그만큼 미국 기준금리 변화의 파급력이 더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짚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같은 특정 통화와 가치가 1대1에 가깝게 유지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발행사는 국채 등 안전하고 현금화가 쉬운 자산을 준비금으로 쌓아 가치 안정을 뒷받침한다. 이런 구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 국경을 넘어 결제나 송금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 실제로는 달러 기반 금융 인프라가 한층 넓게 퍼지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월러 이사는 이미 지난해 2월 공개연설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의 약 99%가 미국 달러화 자산에 기반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이 달러화의 국제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디지털자산이 단순한 기술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기축통화 체계와 통화정책의 영향 범위까지 바꿀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읽힌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의회가 디지털자산 제도화 입법을 추진하는 시점에 나와 더 주목된다. 앞서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이달 중순 디지털자산 시장 명확성법, 이른바 클래러티법 제정안을 의결해 상원 본회의로 넘겼다. 이 법안은 가상화폐 토큰의 법적 성격을 증권과 상품 등으로 나누고,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감독 범위를 분명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업계 요구를 반영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보상, 즉 이자 지급을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관련 업계는 7월 중 법안 통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결국 미국 안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가 정비되면 달러 기반 디지털 자산의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민간이 발행한 디지털 달러를 통해서도 국제 금융질서에 대한 영향력을 넓힐 수 있고, 반대로 다른 나라들은 통화 주권과 금융안정 측면에서 새로운 대응 과제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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