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미국 통화정책의 글로벌 영향력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영국중앙은행(BoE) 메건 그린 정책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이 몇 년 안에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며 정반대 전망을 내놨다.
13일 블룸버그와 로이터에 따르면 월러 이사는 일요일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제32회 두브로브니크 경제 콘퍼런스의 ‘스테이블코인과 통화정책’ 패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그저 결제 수단일 뿐이며, 나쁘거나 위험한 것이 아니다”라며 “결제 시장에 경쟁을 불러오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각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미국의 금리와 금융 여건을 사실상 ‘수입’하게 될 수 있다고 봤다. 달러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국경을 넘어 더 넓게 쓰이면, 미국 통화정책의 파급력도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같은 토론에 나선 그린 위원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5년 뒤에는 우리가 왜 스테이블코인을 논의하고 있었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며 ‘토큰화 예금’이 더 유력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토큰화 예금은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형태로 옮긴 것으로, 기존 은행 시스템과의 연결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린 위원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예금을 ‘거북이·토끼·코뿔소’에 비유하며 경쟁 구도를 설명했다. 그는 이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큰 쪽으로 토큰화 예금을 꼽았다.
월러 이사는 오랫동안 CBDC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온 인물이다. 이번 발언은 그런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논의는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쟁이 여전히 교착 상태라는 점도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 수익률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상원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화법(CLARITY Act)’의 진전도 멈춰 있는 상황이다.
이 법안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 틀을 마련하는 핵심 법안으로 꼽히지만, 은행권 로비와 오는 중간선거 일정이 겹치며 2026년 안에 법제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양원 합의와 대통령 서명 절차가 남아 있다.
와이오밍주의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미국은 지난 세기 달러 중심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 세계 안정의 기둥이 됐다”며 “클라리티 법안은 다음 시스템을 우리가 설계할 수 있게 한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베이징이 그 역할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단순한 암호화폐 이슈를 넘어, 미국 통화 패권과 글로벌 결제 질서의 향방을 가르는 주제로 번지고 있다. 제도권이 어떤 규칙을 먼저 세우느냐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예금, CBDC의 주도권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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