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이 지원하는 XRP(엑스알피) 기반 재무기업 에버노스(Evernorth)가 기관 투자자들에게 “은행은 이미 XRP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향후 18개월은 ‘채택 여부’가 아니라 ‘규모와 규제’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온체인 데이터는 이런 주장과는 다른 복합적인 신호를 보여준다.
최근 XRPL 일일 거래량은 약 300만 건에 근접하며 2025년 중반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비트스탬프, 리플의 스테이블코인 RLUSD, 브라자 은행 등 실존 금융기관이 주요 활동 주체로 확인된 점은 주목된다. 단순 ‘지갑 간 거래’가 아닌 실제 금융 흐름이 일부 반영됐다는 의미다.
또한 유럽의 한 대형 은행이 규제된 유로 스테이블코인을 XRP 원장에 발행하며, XRPL을 4개 주요 퍼블릭 체인 중 하나로 선택한 사실도 확인됐다. 금융권 실험이 아닌 실제 인프라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거래 증가가 글로벌 은행 네트워크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정 기관과 제한된 참여자 중심의 거래 집중 현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버노스 최고경영자 아시시 벌라(Asheesh Birla)는 XRP의 장기 가치는 개인 투자 수요가 아닌 ‘은행과 기업의 운영자금 활용’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핵심 지표는 ETF 자금이나 투기 수요가 아니라 실제 ‘은행 결제량’이다. 현재 데이터는 이를 일부 뒷받침하면서도 동시에 한계를 드러낸다.
XRPL 거래량 증가 자체는 사실이지만, 해당 활동이 지속 가능한 금융 인프라인지 아니면 일부 기관 중심 이벤트인지에 대해서는 확정적 결론이 어렵다.
2026년 5월에는 마스터카드, J.P.모건의 키넥시스, 온도 파이낸스, 리플이 참여한 미 국채 토큰 상환 거래가 XRPL에서 처리됐다. 싱가포르에서 은행 영업시간 외 달러 결제가 이뤄진 점은 기술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에버노스는 이를 “현재까지 가장 중요한 기관 간 블록체인 거래 중 하나”로 평가했다. 다만 이는 ‘단일 사례’일 뿐, 일상적 금융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리플의 온디맨드 유동성(ODL)은 2018년부터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 실제 운영되고 있다. XRP를 브리지 자산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이 시장의 거래량은 꾸준하지만, 지역적으로 집중돼 있어 글로벌 은행 결제망으로 확대된 상황은 아니다. 또한 기관 결제 영역에서는 USD코인(USDC)이나 CBDC 프로젝트와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즉, XRP는 ‘사용되고 있는 자산’인 것은 분명하지만, ‘표준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XRPL은 이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규제 친화적 기능을 강화 중이다. 토큰 에스크로, 허가형 DEX, 제한된 거래 환경 등 기관 전용 인프라가 개발되고 있다.
특히 XLS-66 대출 프로토콜은 XRP 단일 자산 기반 대출, 고정 만기 상품, 프라이버시 기능까지 원장에 직접 통합하는 구조를 제안한다. 현재 검증자 투표 단계로, 활성화를 위해 8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이를 XRPL 내 1000억 달러 규모의 대출 및 담보 시장 기회로 평가하지만, 아직은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결국 XRP의 금융 인프라 확장 스토리는 이미 시작됐지만, 그것이 전면적인 은행 채택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거래 ‘규모’보다도 규제 체계 속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착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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