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대 비트코인(BTC) 채굴풀이었던 풀린(Poolin)이 미국 법원에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서부 텍사스 채굴장 두 곳을 5200만 달러(약 584억원)에 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풀린과 미국 계열사 두 곳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저지 법원에 연방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챕터11은 회사를 청산하지 않고 영업을 이어가며 법원 감독 아래 채무를 조정하는 회생 절차다.
법원 제출 서류에 담긴 재무 상태는 악화돼 있다. 풀린의 추정 부채는 1억5억 달러(약 1124억5620억원)인 반면 자산은 100만1000만 달러(약 11억112억원)에 그친다. 채권자 수는 1만1명에서 2만5000명 사이로 집계됐다.
풀린과 계열사들은 채권자 회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서부 텍사스 채굴 시설 두 곳을 매각하려 한다. 인수 후보는 토르 칼랩(Thor CALAP LLC)이며, 제안 금액은 총 5200만 달러(약 584억원)다. 이번 거래는 파산 자산 경매에 앞서 기준 가격을 제시할 우선 인수 후보를 정하는 ‘스토킹호스’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각 대상은 타부시(Tarbush)와 파이오트(Pyote) 자산이다. 타부시 자산에는 인수 부채를 포함해 3700만 달러(약 416억원), 파이오트 부지에는 전력 사용권과 장비 등 관련 자산을 포함해 1500만 달러(약 169억원)가 각각 책정됐다. 거래는 법원 감독 아래 경매를 거쳐야 하며, 제안된 입찰 절차상 마감일은 9월 8일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인수 후보가 나오면 최종 인수자는 바뀔 수 있다.
◇ 세계 1위 채굴풀, 점유율 0.2%까지 밀렸다
풀린의 파산 신청은 비트코인 채굴 산업의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2019년 풀린은 해시레이트 기준 세계 1위 채굴풀이었다. 해시레이트는 채굴에 투입되는 연산 능력을 뜻하며, 채굴풀은 여러 채굴자의 연산력을 모아 보상 확률을 높이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해시레이트 인덱스(Hashrate Index) 집계 기준 현재 풀린의 순위는 17위, 점유율은 0.2%까지 떨어졌다. 채굴풀 시장에서는 채굴자가 연산력을 다른 풀로 옮길 수 있어 순위 변동이 빠르다. 여기에 전기요금 상승이 채굴 수익성을 압박하면서 한계 사업자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풀린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난 2월에는 NFN8 그룹과 계열사 두 곳이 텍사스 서부연방법원에 챕터11을 신청했다. 전기료 부담 속에 일부 채굴업체는 가동을 멈췄고, 일부는 새 수익원을 찾고 있다.
◇ 전력·부지 확보한 채굴업체, AI 인프라로 방향 전환
살아남은 채굴업체들이 선택한 방향은 인공지능(AI) 인프라다. 비트팜스(Bitfarms)는 2025년 11월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전면 정리하고 AI·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로 사업을 전환했다. 헛8(Hut 8)은 이번 주 월요일 AI 데이터센터 캠퍼스에 대해 15년, 98억 달러(약 11조152억원) 규모 임대 계약을 발표했고, 아이렌(IREN)은 AI 개발사들과 28억 달러(약 3조1472억원) 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공개했다.
마라홀딩스(MARA Holdings)도 7월 초 최대 2기가와트(GW) 규모 텍사스 부지를 인수해 AI·디지털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 부담이 시장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채굴업체가 이미 확보한 전력 계약과 부지, 냉각 설비가 AI 데이터센터 수요와 맞물리고 있다.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은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의 연산 능력 한계에 부딪히면서 비트코인 채굴업체 같은 제3자 사업자와의 제휴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봤다. 전력과 부지를 먼저 확보한 채굴업체가 AI 인프라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풀린의 텍사스 자산 매각에서도 핵심은 전력권이다. 파이오트 부지 매각 조건에는 전력 사용권과 장비가 포함됐다. 채굴 자산의 평가 기준이 단순 해시레이트에서 전력 확보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법원 경매 절차와 9월 8일 입찰 마감 결과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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