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파라나주 목장주가 홀스타인 젖소 10마리를 담보 토큰으로 묶어 약 1만9700달러(약 2758만원) 규모 신용증서를 받은 사례가 실물자산 토큰화(RWA) 성공담으로 확산됐지만, 실제로는 금융 소외 농가 지원보다 소규모 실증 거래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립토 전문 매체 프로토스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브라질 파라나주 임비투바의 목장 '파젠다 엔젠유 벨류'는 홀스타인 젖소 10마리를 담보 토큰으로 만들어 신용증서를 받았다. 일부 매체는 이를 가축 토큰화 담보 대출 사례로 소개했고, 관련 게시물 조회 수는 100만 회를 넘겼다.
◇ 담보 10마리, 착유 젖소의 약 4%였다
차입자인 조앙 기예르미 브레너(João Guilherme Brenner) 목장주는 토목기술자 출신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보유한 360헥타르 규모 부지에서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360헥타르는 약 109만 평에 해당한다.
최근 집계 기준 이 목장의 소는 500마리가 넘고, 착유 중인 젖소도 240여 마리다. 이번에 토큰화된 10마리는 착유 젖소의 약 4%에 그친다.
2022년 축산 전문지 인터뷰에는 브레너가 파라나주 홀스타인 육종가협회장에 선출되고, 주정부가 뒷받침하는 축산발전기금 이사로 임명된 사실이 담겼다. 토지를 임차해 쓰는 농가와 달리 땅을 직접 보유한 만큼, 부동산 담보를 통한 기존 금융 접근성이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대출액은 토지 가치의 1% 안팎이었다
파라나주 농업국은 임비투바 지역 농지 가격을 최하 등급 토양을 제외하고 헥타르당 2만3200~12만6900헤알로 평가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브레너가 보유한 360헥타르 토지는 수백만 달러 규모 자산으로 추정된다.
이번 신용증서 규모는 전체 토지 가치의 1% 안팎으로 평가된다. 대출 자체가 허위이거나 불법이라는 지적은 아니지만, '자금줄이 막힌 농민이 블록체인으로 숨통을 틔웠다'는 서사와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 카우메드 목표 2억 헤알, 공개 실적은 99% 미달
이번 구조를 설계한 주체는 애그테크 기업 카우메드(Cowmed)다. 카우메드는 가축 토큰화 거래 두 건을 주도했고, 채권형 투자펀드인 '타깃 FIDC'와 함께 구조를 짰다.
2024년 토큰화 스타트업 심플토큰(Simple Token)은 카우메드와 협력해 2026년 말까지 가축 토큰화로 2억 헤알 규모 대출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한을 반년 가까이 남긴 현재 공개된 실제 신용 공여액은 목표의 99%가 비어 있는 상태다.
카우메드의 사업 규모도 제한적이다. 2017년 이후 누적 조달액은 100만 달러(약 14억원) 남짓이며, 가장 최근 공개된 자금 조달은 기업가치 620만 달러(약 86억8000만원)로 마감된 590만 헤알 규모 크라우드펀딩이었다.
반면 전자 울타리와 가축용 목걸이를 만드는 경쟁사 핼터(Halter)는 올해 3월 기업가치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에 2억2000만 달러(약 3080억원)를 조달했다. 카우메드는 목걸이 한 개당 월 5달러(약 7000원)가량을 받고, 지난해 매출은 360만 달러(약 50억4000만원)에 못 미쳤다.
2만 달러(약 2800만원)가 채 안 되는 대출 한 건이 100만 회 이상 노출된 만큼, 이번 사례는 목장의 자금난 해소보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홍보 효과에 더 가까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쟁점은 '블록체인이 아니면 불가능했나'다
핵심 쟁점은 블록체인이 아니었다면 이번 거래가 불가능했는지 여부다. 가축을 담보로 잡는 대출은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무선 방식으로 가축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도 블록체인 없이 작동해 왔다.
이번 구조 역시 목장주, 목걸이 제조사, 토큰화 사업자, 대주가 서로를 신뢰해야 굴러간다. 참여 주체가 소수 기업으로 고정된 구조라면 탈중앙화보다는 신뢰 기반 계약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RWA는 국채, 펀드, 부동산 같은 현실 자산의 권리나 가치를 블록체인 토큰으로 표현해 거래와 담보 활용을 돕는 방식이다. 최근 크립토 업계의 주요 성장 서사로 부상했지만, 이번 사례는 '최초'와 '금융 포용' 같은 수식어가 실제 담보 규모와 차입자 신용도, 기존 금융 접근성을 가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축 토큰화 자체의 효용을 단정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RWA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는 무엇을 토큰화했는지보다 토큰화가 없었다면 해결할 수 없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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